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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광인(狂人) 시대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해마다 맹위를 더하는 극한 폭염이 설쳤다. ‘괴물 폭우’도 한반도 곳곳을 할퀴고 갔다. 평범하지 않아야 주목받는 세상이다 보니 자연 현상 마저 갈수록 도를 더한다는 푸념이 들린다. 그래도 입추가 지나 바람이 다르다. 논어에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미치지 않으면 이르지 못한다’는 해석이다. 매사에 완전히 몰입하고, 광적으로 파고들지 않으면 경지에 이를 수 없음을 의미한다. 단순 집착이 아니라, 목표를 향한 열정과 몰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라 안팎을 가릴 것 없이 상식을 파괴하는 인물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파격이 지나쳐 “미쳤다”는 독설까지 나온다. ‘위대한 미국 재건’을 내세우며 관세 전쟁을 일으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트럼프나, 영토 야욕과 자신의 권좌를 위해 이웃 나라를 침공,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푸틴이 같은 부류다. 좋은 일이건 그렇지 않은 경우든 세계사를 늘 시끄럽게 하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가 중동 화약고 뇌관을 건드리고 있다. 노림수가 있을 테다. ▼이념 타령에 빠져 있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자기 편만 끌어다 논쟁을 부추기는 극단 유튜버들이 여론을 쥐락펴락한다. 좀 더 자극적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이 동원된다. 국민을 대표해야 할 유력 정치인들이 자신의 진영 논리에 충실한 유튜브에 출연해 낄낄대며 민감하고 핵심적인 현안에 대해 편견에 가까운 입장을 밝혀 논란을 자초한다. 이를 접한 국민들은 한숨만 늘 뿐이다. 난데없는 계엄으로 온 나라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전직 대통령을 옹호하는 건 자유지만, 이를 일반화하려는 시도는 보통 사람들에게 낯선 장면에 불과하다. ▼광인(狂人) 시대다. 독창성, 집중력, 폭넓은 안목으로 조직과 공동체의 미래를 여는 데 미쳐야 한다. 그래야 진정 광인이다. 편 가르기에 급급하고, 궤변으로 우매한 대중을 기만하고, 얄팍한 술수로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미친놈’에 불과하다. 또 ‘미친 놈’ 말 한마디에 반응하는 겉치레 리더는 한낱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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