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초점]“작은 실천, 생명을 지키는 큰 힘”

김승룡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장

◇김승룡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장

“위험은 방심할 때 찾아온다”는 말처럼,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화재는 조용히 다가옵니다.

지난 6월과 7월, 부산의 노후 아파트에서 연이어 발생한 화재로 어린이 4명을 포함해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들 모두, 단 한 번의 경고음 조차 들을 수 없는 새벽에 참변을 당했습니다.

우리는 이 비극 앞에서 질문해야 합니다.

“생명을 지킬 기회는 정말 없었을까?”

단독경보형 감지기만 설치되어 있었다면, 최소한 경고의 소리는 울렸을 것이고, 깨어난 단 몇 초가 대피의 골든타임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화재는 소리 없이 덮치지만, 경보기는 생명을 깨우는 울림을 냅니다. 이처럼 단순한 장비 하나가 인간 생명의 존엄을 지켜주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의 가치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의 설치비는 커피 두 잔 값에 불과하지만, 그 경보음은 단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외침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생명존중 문화의 실천입니다. 나와 가족, 그리고 우리 이웃의 생명을 우선에 두는 삶의 태도입니다. 여기에 더해, 가정 내 소화기 비치나 방연마스크 준비, 전기·가스 안전점검 등 일상 속 예방 습관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안전의 토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듭니다. 또한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분들은 평소 비상계단 위치를 가족과 함게 미리 확인해 두시고, 유사 시 바로 대피할 수 있도록 대피훈련이 생활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강원도에는 2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법적 의무에서 벗어난 건축물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고령자와 장애인, 저소득층 등 화재에 더욱 취약한 분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이 공간들은 대피구조와 안전설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오래된 건물일수록 배선과 가스배관의 노후화로 인한 화재 위험이 높아 작은 불씨가 순식간에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강원특별자치도 소방본부는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7월부터 시·군과 유관기관, 지역사회와 협력해 노후 아파트 전수조사, 감지기 및 자동소화패치 보급, 대피훈련, 전기·가스 점검 등 생활밀착형 종합대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동돌봄시설과 취약가구까지 아우르는 촘촘한 대응으로 화재안전 사각지대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우리 가족을 지키겠다는 ‘작은 실천’앞에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오늘 집에 돌아가시면 천장을 올려다 봐 주십시오!. 감지기가 보이지 않는다면, 바로 설치해 주십시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어린 자녀가 있다면, 방연마스크나 자동소화패치도 함께 준비해 주십시오. 또한 설치 후에는 주기적인 점검으로 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생명존중은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화재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그에 대비하는 자세는 우리 모두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감지기 하나, 콘센트 위의 소화패치 하나, 생활 속 안전수칙 하나. 이 작은 실천이 생명을 지키는 위대한 방패가 됩니다.

생명에 대한 존중! 그리고 우리 사회의 더 약한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은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출발점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그 첫걸음을 여러분과 함께 걷겠습니다.

화재 없는 여름, 모두의 안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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