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태극기로 잇는 나라사랑

육동한 춘천시장

올해 6월 6일 아침, 필자는 현충일을 맞아 조기를 걸었다. 그런데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고층 아파트의 수많은 창문 사이로 단 한 개의 태극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주 이른 시간도 아니었기에, 혹시 내가 날짜를 잘못 본 건 아닌지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할 정도였다. 못내 아쉬운 마음이 길게 남았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우리 국민 중 절반도 채 되지 않는 47%만이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한다고 응답했고, 아예 게양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4%에 달했다. 특히 18세에서 29세 청년층의 응답 가운데 ‘태극기를 달지 않는다’라는 비율은 무려 70%를 넘었다.

우리 춘천도 예외는 아니다. 한 민간단체가 조사한 3·1절 태극기 게양률은 올해 10%였다. 지난해보다 2.5%포인트 낮아졌고, 2019년의 25.3%에 비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단순한 수치로만 볼 일은 아니다. 우리 안에 이어져 온 공동체의 마음과 그 가치를 이제는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작은 실천이 더 큰 의미를 되살리는 열쇠일지도 모른다.

태극기는 국가의 상징을 넘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담백하고도 깊이 있게 드러나는 표현이다. 경건하게 태극기를 게양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공동체를 기억하고, 역사를 되새기고, 이웃과 미래를 잇는 출발점이다.

그래서 춘천시는 다가오는 광복절을 맞아 시민과 함께하는 태극기 선양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국권을 회복하고 자유를 되찾은 그날의 감격을 다시 함께 나누고자 한다.

우선 지난달 17일, 제헌절을 맞아 관련기관과 시민단체가 모두 모여 ‘태극기 달기 범시민 운동 공동선언식’을 개최하였다. 시민 여러분과 함께 대형태극기에 손도장을 찍으며 국경일에 태극기 달기 실천을 다짐했다.

광복절 태극기 게양률 50%를 목표로 캠페인을 전개하며, 일상에서 태극기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도록 시민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온의사거리에서 봉의초까지 1.5km를 ‘365일 태극기 거리’로 조성하고, 공동주택 시범 운영, 버스 광고, 차량용 태극기 배포 등 다양한 방식의 참여도 이어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는 국가유공자에게만 무상으로 제공하던 태극기를 앞으로는 관외 전입자, 신혼부부, 체류 외국인 등록자까지 확대 보급한다. 춘천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태극기와 함께 ‘함께하는 공동체의 첫 마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다.

태극기는 우리 민족이 수많은 시련 속에서 함께 품었던 소망이다. 몸에 문신처럼 새기고, 손수 적은 다짐을 태극기에 담았던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태극기를 갖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되고 고문받았던 그 시절, 태극기는 저항의 깃발이자 민족의 등불이었다.

그리고 오늘, 태극기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하나로 살아가고 있는가?” 태극기의 네 괘는 모두 모양이 다르다. 그러나 결코 충돌하지 않는다. 서로를 보완하고,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상징이 된다. 검은 선과 흰 여백, 음양물불이 어우러진 그 모습처럼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공동체야말로 태극기가 말하는 ‘대한민국’이다.

광복 80주년을 맞는 올해, 태극기를 다시 우리 마음속에 세워본다.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려는 시민의 마음을 담아 춘천의 나라 사랑을 만들어가자. 태극기 아래, 우리는 하나다. 하나의 마음으로 이어진 우리가 더 나은 미래, 더 따뜻한 공동체를 함께 그려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그 마음을 안은 춘천의 태극기 바람이 전국으로 번져 하나 된 대한민국의 내일을 밝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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