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물 관리, 이제 국민 기본권 차원서 다뤄야 한다

강릉 오봉저수지 저수율 10%대까지 떨어져
단순한 불편 넘어 지역사회 전체 기능 ‘마비''
최소한 수량과 품질 보장하는 시스템 갖출 때

강릉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0%대까지 떨어졌고,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9월24일경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릉시민 18만여명의 생명수 역할을 해온 저수지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기능 마비를 의미한다. 이 사태는 자연재해나 일시적 위기 상황으로 치부할 수 없다. 물 문제를 더 이상 지방 행정이나 재난 대응 차원에서 다룰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국가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범국가적 의제로 접근해야 한다.

강릉시와 강원특별자치도는 저수지 고갈을 막기 위해 소방차와 군 병력까지 동원해 긴급 급수에 나섰고, 시민들도 물 절약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 8만 톤 이상 사용되는 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추진 중인 관정 개발과 양수펌프장 설치도 원수 확보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시간제·격일제 급수’라는 물 배급제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물 부족은 강릉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척, 정선 등 강원 영동·영서 지역 전역에서도 계곡수와 지하수 고갈로 1,000명이 넘는 주민이 비상 급수에 의존하고 있다. 광동댐과 소양강댐의 수위도 급격히 낮아지고 있으며, 향후 가뭄 단계 격상도 예고된 상태다. 이는 한 지역의 이상기후가 아닌, 전 지구적 기후위기와 수자원 불균형이 야기한 구조적인 물 위기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물 관리 정책은 여전히 부처별·지자체별로 흩어져 있으며, 예산 배정이나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후순위로 밀려 있다. 수도권 중심의 수자원 개발과 집중된 용수 공급 체계는 지방의 물 자립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중앙집중형 구조는 기후위기 시대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역의 물 문제를 지역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분권형 수자원 정책을 더는 미룰 수 없다. 강릉의 물 부족 사태는 물이 단지 자원(Resource)이 아닌, 권리(Right)로 재인식돼야 함을 보여준다. 유엔은 이미 2010년 물에 대한 접근을 인간의 기본권으로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을 국민이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할 공공재로 간주하고, 최소한의 수량과 품질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특히 농어촌과 기후취약 지역에 대해 우선적으로 수자원 확보 인프라를 구축하고, 위기 상황 시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국가급 상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위기 대응 차원의 중장기 물 관리 로드맵이 절실하다. 강우 의존형 저수체계를 넘어 빗물 저장, 폐수 재활용, 해수 담수화, 지하수 체계화 등 다양한 수자원 확보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나아가 물 사용 행태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가정과 산업, 농업 분야의 물 소비 절감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이를 위한 교육, 요금 정책, 기술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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