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강원 관광의 새로운 길, 국민의 목소리에서 시작되다

지윤호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레저테크연구원 부원장)

최근 춘천에서 열린 ‘강원의 마음을 듣다, 함께 여는 관광 르네상스’ 타운홀 미팅은 도민이 직접 대통령과 소통하며 관광정책의 방향을 모색한 자리였다. 주민들은 접경지역 규제 완화, 군 유휴부지 활용, 교통망 확충, 폐광지역 기록화, 교육 인프라 강화 등을 요구했고, 대통령은 “강원도에 사는 것이 억울하지 않도록 각별히 배려하겠다”며 규제 완화·보상·인프라 확충을 약속했다.

국방부와 국토부 장관 역시 전향적 입장을 보이며 국민적 요구에 호응했다. 이는 관광을 단순 산업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과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바라보려는 흐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논의는 ‘관광=소비’라는 오래된 인식을 넘어, 관광이 곧 지역공동체의 지속성과 직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의 요구는 단순한 편의 증진 차원이 아니라, 생존과 미래를 위한 권리의 외침이었다. 예컨대 접경지역 규제 완화는 단순히 출입 절차를 간소화하는 문제가 아니라, 수십 년간 발전 기회를 제한받아온 지역의 정당한 보상 요구였다. 교통망 확충 또한 관광객 유치의 차원을 넘어 교육·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복지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제 강원 관광정책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고도화로 나아가야 한다. 국가 차원의 전략과 강원도의 실행이 맞물릴 때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비전과 제도를 제공하고 지방은 주민·지자체·민간이 참여하는 자율적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설악 케이블카 논란은 개발과 보존의 균형 문제를 드러냈고, 삼척의 문화 인프라 부족은 단순한 시설 부재가 아닌 교육·문화 접근권의 불평등을 의미한다. 또한 대학 경쟁력 약화와 청년 유출은 지역 활력을 저해하는 구조적 과제이며, 레고랜드 사태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안고 있는 재정·문화재 훼손 위험성을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은 더욱 전략적이어야 한다. 단순 예산 지원을 넘어 정책 설계, 전문 인력 양성, 국제 네트워크 구축까지 총괄하고, 강원도는 주민 삶과 연결된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국가관광혁신·발전위원회와 지방 차원의 관광정책조정위원회를 병행해 국가 전략과 지역 현실을 조율하고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문체부가 제시한 ‘강원 문화관광 벨트’는 평화·힐링·해양·문화의 4축을 아우르는 특화 전략으로, 접경 평화 자원, 산림·온천 치유 자원, 동해안 해양 자원, K-팝·예술 기반 문화 자원을 통합하려는 시도다. 이는 중앙 지원과 지방 실행, 주민 참여, 민간 투자가 결합할 때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앞으로 강원 관광정책은 네 가지 방향이 중요하다. 첫째, 문화재 보존과 생태 환경을 토대로 친환경 관광 지구를 조성하고 대형 개발사업은 주민 협의와 사전 검증을 거쳐야 한다. 둘째, 청년 유출을 막기 위해 대학과 연계한 특성화 학과를 육성하고 창업 펀드·주거 지원을 결합한 ‘청년 정주 패키지’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강원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공연·복합문화공간을 유치해 K-팝 등 세계적 콘텐츠와 지역 자원을 결합, 글로벌 강원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웰니스 자원과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관광도시를 조성해 국내외 관광객 유치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타운홀 미팅은 국민의 목소리가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150만 도민의 열망이 강원의 관광 르네상스를 여는 힘이자, 나아가 대한민국 관광의 미래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

강원의 역사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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