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열리면 대한민국이 커진다”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국토 균형발전과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 전략이자 시대적 과제다.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2025 도로비전포럼’은 이러한 문제 의식 아래, 강원특별자치도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 확충의 시급성과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가 됐다. 강원일보 창간 8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포럼은 도로 투자의 필요성을 지역과 중앙이 함께 논의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포럼에서는 강원도 내 주요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 중앙 부처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도로가 지역을 살린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요가 있어서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가 수요를 만든다. 경제성(B/C)에만 치중하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제도를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관광 수요 등 비정형 요소가 예타에서 배제되면 강원도 같은 지역은 영원히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도권 중심의 1극 체제가 고착화되면서 비수도권 지역은 교통망 부족으로 산업 유치, 인구 정착, 관광 활성화 등 모든 분야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특히 도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규모 SOC가 집중되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된 바 있다. 이처럼 인프라는 단순한 ‘길’ 이상으로 인구 유입과 경제 순환, 삶의 질 향상의 근간이 된다. 그러나 여전히 도내 일부 지역은 고속도로 하나 없이 수도권에서 몇 시간이 걸려야 도달 가능한 ‘섬’과 같은 존재로 남아 있다. 이제는 SOC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단순한 경제성 중심의 예타 평가로는 수도권 외곽이나 인구가 적은 지역의 ‘필요’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교통 인프라는 공공성, 지역 균형, 국방과 재난 대응 등 복합적인 가치가 존재하는 만큼, 예타 기준 또한 다차원적 접근으로 개편돼야 한다. 도로가 생기면 교통량과 더불어 관광, 물류, 인구가 따라오고, 이는 다시 경제 효과로 이어진다.
특히 주목할 것은 도가 가진 지리적·전략적 특수성이다. 수도권의 확장과 국방·관광 기능이 동시에 요구되는 도는 타 지역과는 다른 교통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춘천~속초 고속철도처럼 동서축의 교통망 강화는 단순한 지역 연결을 넘어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핵심 축이다. SOC 구축에 ‘지역특별성’ 반영이 핵심 지표가 돼야 하는 이유다. 이날 포럼은 지역 정치권과 언론, 지자체, 중앙정부가 함께 도로 인프라에 대해 논의한 드문 사례다. 정책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데 인구 기준만으로는 대한민국 전체를 아우를 수 없다.
도로 개설은 심리적 거리와 경제적 장벽을 해소하고, 대한민국을 진정한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드는 일이다. 강원특별자치도가 ‘특별’함을 진정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로를 비롯한 SOC 투자가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도로의 방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