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의 온기가 모이는 명절. 극장가 역시 다채로운 이야기의 영화들로 풍성해진다. 이번 추석 연휴, 웃음과 눈물, 스릴과 감동을 한데 품은 영화들이 관객맞이에 나선다. 무한 경쟁 사회의 민낯을 비트는 블랙코미디부터 조폭 코미디의 현대적 변주, 유년의 추억을 되살린 애니메이션과 신비로운 편지로 엮인 성장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액션의 묵직한 쾌감부터 섬세한 감성, 그리고 예기치 못한 반전의 서사까지, 올 추석 극장가는 어느 해보다 풍성한 장르의 향연이 펼쳐진다.
△어쩔수가없다=인간의 욕망과 자본주의 사회의 아이러니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회사원 만수(이병헌)는 직장에서 잘린 뒤,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이라는 전쟁터로 다시 뛰어든다. 하지만 단순한 구직기가 아닌, 경쟁자를 제거하는 기묘한 싸움이 펼쳐지면서 블랙 코미디의 웃음과 냉소가 동시에 터진다.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등 연기파 배우들이 힘을 보탰고, 개봉 5일 만에 100만명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가운데 진입 장벽이 낮은 작품이라는 평가다. 이번 추석 시즌의 확실한 흥행 강자로 꼽힌다.
△워킹맨=전직 영국 왕립 해병대 특수요원 ‘레본 케이드(제이슨 스타뎀)’는 전역 후 과거를 뒤로하고 건설 현장 반장으로 일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사의 딸 ‘제니’가 부패 경찰, 정부 고위직, 러시아 마피아까지 연루된 거대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레본은 가족이나 다름없는 상사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숨겨 온 본모습을 드러내며 피의 응징을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어둠의 세계 속 깊은 부패와 폭력을 마주하게 된다. 제이슨 스타뎀 특유의 액션 스타일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액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스=영화 ‘보스’는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이라는 중대한 상황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독특한 줄거리는 조직원들이 치열한 권력 다툼 대신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로에게 1인자 자리를 양보하려는 엉뚱한 신경전을 펼친다는 데 있다. 전국구 중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꿈인 순태(조우진)와 조직 생활 대신 탱고에 인생을 건 강표(정경호), 그리고 유일하게 보스가 되기를 바라지만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판호(박지환)가 뒤엉켜 엉뚱한 신경전을 벌이게 된다. 2000년대를 풍미했던 ‘조폭 코미디’를 현대적 감성에 맞게 세련되게 다듬어 재해석했다.
△나쁜계집애:달려라 하니=달리기로 전국을 제패한 전국구 육상 스타 ‘나애리’는 전학 간 빛나리 고등학교에서 딱 한 번 진 적이 있는 전 금메달리스트 ‘하니’와 다시 만나게 된다. 도심 골목에서 달리는 ‘스트릿 런’이라는 특별한 이벤트 경기에 참여하게 된 두 사람은 육상계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신예 ‘주나비’와 청소년 국가대표 타이틀을 걸고 맞붙게 된다. ‘달려라 하니’ 연재 40주년을 맞아 선을 보이는 이 애니메이션은 하니가 아닌 나애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하니 역에 ‘시크릿 쥬쥬’, ‘안녕 자두야’ 등에서 활약한 정혜원 성우가 참여하는 등 초호화 성우 라인업을 자랑한다.
△연의 편지=여름 방학이 지나고 새로운 학교로 전학 오게 된 ‘소리’는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학교에 대한 소개와 함께 다음 편지를 찾을 수 있는 힌트가 담긴 익명의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편지를 따라서 학교 곳곳을 누비던 ‘소리’는 동급생 ‘동순’을 만나게 되고, 둘은 함께 편지를 찾는 친구가 된다. 편지를 모을수록 특별한 인연이 이어지면서, ‘소리’는 편지를 보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간다. AKMU(악뮤)의 이수현이 목소리 연기(성우)와 함께 OST에 참여하여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26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 심사위원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