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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캄보디아서 실종된 20대 여성 '범죄단체 범죄조직 유인책이었다' 제보 받고 내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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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감금 피해자 일부는 범죄 가담 '피의자' 주장도
여수·광주·함안·인천서 출국 뒤 연락 두절·실종 신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속보= 경찰이 캄보디아에서 실종된 20대 여성이 범죄단체 조직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사(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여성 A씨가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유인책'이었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범죄 연루 정황이 드러나지는 않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실제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단계"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3월 "동생으로부터 손가락이 잘린 사진을 받았다. 캄보디아에 간 동생이 범죄에 연루된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A씨 가족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바 있다.

A씨는 인스타그램에 캄보디아 여행 사진 등을 올리다 '위험에 처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손가락이 다친 이유에 대해서는 "폭죽을 터뜨리다가 사고가 났다"고 다소 애매하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맡은 전북경찰청은 캄보디아 대사관과 함께 현지에서 A씨의 안부를 확인한 결과, A씨는 바깥 활동을 하고 연락도 닿는 등 납치·감금 정황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전북청은 실종 사건을 종결했으나, A씨는 가족의 요청에도 귀국하지 않았다.

◇캄보디아 국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A씨가 실제 범행에 가담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부 캄보디아 납치·감금 피해자는 피해자로만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범죄수익 세탁이나 보이스피싱 사기에 가담하는 것을 인식하고도 캄보디아로 향하는 피의자도 일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캄보디아 한인회가 구조를 도왔던 사람 중에는 미심쩍은 일자리인 줄 알고도 캄보디아를 찾았으며, 일부는 탈출해 한국에 돌아간 뒤 재입국하는 사례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사정에 밝은 박모 씨는 "어떤 회사가 간단한 업무를 하는데 한 달에 수천만원씩 주고, 구인하는데 텔레그램으로 연락하겠느냐"며 "대부분은 범죄에 가담하는 것을 알고 나가지 않을까 한다. 이후 한국에서 조사받기 무서워 눌러앉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납치 피해자를 단순 범죄 가담자로 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고, 자칫 '범죄자들이니 구할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생각까지 나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폭행과 협박에 못 이겨 범죄에 가담한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범죄 혐의는 추후 따져보더라도, 외국에서 납치된 국민을 지키는 일에는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전남 여수와 광주, 경남 함안, 인천에서도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캄보디아에 간 30대 남성이 가족과 연락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여수경찰서에 접수됐다.

지난해 12월 태국으로 출국한 B(38) 씨는 종종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다가 올해 5월 '아는 형을 만나 캄보디아에 일 하러 간다'고 가족에게 알렸다.

이 연락 이후 B씨와 연락이 두절되자 가족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외교부에 재외국민 소재 확인을 위한 협조 요청을 했지만 아직 소재 파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에서도 캄보디아와 태국로 출국한 가족이 연락 두절됐다는 신고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3건 접수돼 경찰이 소재 파악과 함께 범죄 연관성 등을 조사 중이다.

경남 함안에서도 캄보디아로 출국한 30대 남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캄보디아로 출국한 아들 C씨가 연락이 되질 않는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C씨는 지난달 3일 캄보디아로 출국해 부친과 연락을 주고받다 지난 10일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연락이 끊겼다.

계속 연락이 닿지 않자 C씨 부친은 지난 13일 경찰에 신고했다.

당초 부친은 C씨가 캄보디아로 떠난 것을 모르고 있다가 시간이 한달가량 흐른 이달 초에 출국 사실을 알게 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C씨 주변 인물 등을 대상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국제 공조 요청 등으로 정확한 소재와 출국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경남경찰청에는 올해 캄보디아에서 가족 또는 지인 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총 11건 접수됐다.

이 중 7건은 실종자 소재가 확인됐고, 나머지 4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20대 남녀 2명이 캄보디아 범죄 조직원들로부터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긴 채 감금당했다가 탈출했다는 신고가 창원중부경찰서에 접수됐다. 이들은 고수익 알바를 알선한다는 브로커 말을 듣고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감금된 뒤 가상화폐 1천600만원어치를 범죄 조직에 지불하고 나서 풀려났다고 신고했다.

또 같은 달 한 20대 남성도 "캄보디아 카지노 회사에서 일주일간 일하면 350만원을 주겠다"는 말에 속아 캄보디아를 찾았다가 감금된 뒤 탈출했다는 내용으로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인천에서도 캄보디아에 간 가족을 찾는 실종 신고가 다수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캄보디아로 출국한 자녀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 4건이 접수됐다.

실종자 중 20대 D씨는 지난 5월 돈을 벌기 위해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며칠 뒤 연락이 끊겼다.

D씨 가족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은 외교부에 소재 확인을 요청했다.

인천 지역에서 접수된 캄보디아 출국 후 실종 신고 중 1건은 지난해에, 나머지 3건은 올해 각각 들어왔다.

실종자 4명이 현지에서 감금됐거나, 이들의 가족이 금품을 요구받은 정황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외교부에 소재 파악을 요청했고 현지 경찰 등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범죄 연관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이 이어지는 사태와 관련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신속하고 정확하고 확실하게 이 문제에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무엇보다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또 사건에 연루된 한국인들을 신속하게 국내에 송환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각국에서 체포된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도 5∼6번째 정도가 되는 것 같다. 그 숫자가 적지 않다"며 "관계부처는 캄보디아 정부와 협의를 통해 치안 당국 간의 상시적 공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또 "실종신고에 대한 확인 작업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가용한 방안을 최대한 즉시 실행해달라"며 "유사 피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범죄 피해 우려 지역에 대한 여행 제한 강화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도움을 요청하면 우리 재외공관이 즉시·상시 대응하도록 인력·예산 편성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현지 교민이나 공무원들이 사비를 털어 지원한다는 얘기도 들리던데, 예산 문제로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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