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대한석탄공사 땅은 도계주민에게 돌려 줘야 한다”

이광우 삼척시의원

삼척시 도계는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어온 현장이다.

수천 미터 지하의 막장 속에서도 꺼지지 않던 불빛과, 광부들의 얼룩진 땀방울 속에서 이 나라의 산업화가 태동했다. 그 시절 빼곡했던 광산의 조명은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희미한 등불이자, 가난을 딛고 내일을 버텨내던 희망의 불씨와도 같았다.

지난 6월 30일, 대한석탄공사의 마지막 광업소인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으며 90년의 역사가 막을 내렸다. 비록 예고된 폐광이었지만 한 세대가 지탱해 온 생업과 공동체, 그리고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것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상실이었고, 마치 사랑하는 사람의 임종을 지켜보는 것만큼 힘든 일이었다. 그만큼 도계의지역 주민들에게 있어 광산은 ‘일터’ 이상의 의미였다.

얼마 전 도계에서는 ‘도전은 계속된다’는 주제로 지역의 재도약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짧은 문구 속에는 지역주민이 어떤 마음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지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을 말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세월의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와 강인한 투지가 선명했다.

지금 도계는 새로운 도시로 전환하는 꿈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건립, 석공 협동아파트 매입 및 이주민 주택 활용사업, 중입자 암치료센터 기반 의료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도심지를 리모델링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사업의 기반이 되는 대부분의 부지는 대한석탄공사가 소유한 땅이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 있다. 그것이 바로 대한석탄공사가 보유한 부지 문제다. 이미 채굴이 중단된 땅이 여전히 공사 명의로 묶여 있는 한, 도계의 미래사업은 제자리 걸음을 할 수 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복잡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과감한 결단이다. 대한석탄공사가 보유한 부지를 삼척시에 기부채납한다면, 그 땅은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는 결코 지역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 한 세기 가까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지역에 대한 너무나 당연한 도리이자 역사적 책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공성을 실현하는 일이자, 공기업이 아름답게 퇴장하는 길이다.

삼척 도계는 다른 폐광지역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곳은 교통 접근성과 기반시설이 여전히 잘 갖춰져 있고, 대한석탄공사가 보유한 부지 대부분이 주거지나 신산업, 교육·문화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즉, 이 땅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자산이 될 수 있는 곳이다. 만약 대한석탄공사가 이 부지를 지역사회에 돌려준다면, 도계는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광부의 땀과 희생이 스며든 그 땅 위에 이 자리에서 아이들이 배우고, 청년이 일하며, 새로운 산업이 태어날 것이다. 다시 사람을 불러들이고,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도계의 내일은 그렇게 만들어질 것이다.

‘도전은 계속된다.’ 이 짧은 문장은 도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약속이다. 폐광이라는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의 손을 잡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의지의 표상이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삶을 포기하지 않는 탄광지역 주민들의 삶의 의지이자, 생명선을 이어가는 강렬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 길 위에 정부와 대한석탄공사,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한다면 도계는 반드시 일어설 것이다.

한때 검은 먼지가 자욱했던 도계의 골목마다, 이젠 조용하지만 묵묵히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국가 산업의 한 축을 떠받쳤던 그분들의 정신이 다시 지역의 미래를 일으켜 세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도계의 내일은 그렇게, 가장 평범한 이들의 손끝에서 다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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