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강원과 걸어온 8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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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간 80주년을 맞이하는 강원일보의 역사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격랑과 그 궤를 같이했다. 1945년 광복의 혼돈 속에서 민족 언론의 씨앗을 틔운 이래, 강원일보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딛고 일어섰으며, 산업화와 군부 독재의 시련을 겪고, 마침내 디지털 혁명을 거쳐 지역을 대표하는 뉴미디어 그룹으로 진화했다. 강원일보의 역사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는 ‘지역성(Locality)’이었으며, 강원일보는 강원도의 역사를 기록하고 때로는 역사를 만들어 온 기록자이자 동반자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 시기는 광복과 분단, 6·25전쟁이라는 참화가 휩쓸고 간 격동의 기간으로, 일제에 의해 말살되었던 민족 정신을 되살리려는 열망의 결정체로 강원일보가 탄생했다. 항일 투쟁 정신을 품었던 지식인들이 주축이 돼 1945년 10월24일, 춘천 중앙교회 사무실에서 등사판으로 찍어낸 100부의 신문 ‘팽오통신(彭吳通信)’이 강원도 최초의 정론지로 세상에 나왔다. 1945년 11월27일 제27호부터 ‘강원일보’로 제호를 변경하고 타블로이드판 5면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1950년 6·25전쟁으로 휴간했지만, 1952년 5월12일 원주시 개운동에서 타블로이드판 2면으로 복간했다

강원일보는 1957년부터 ‘100% 지역성’을 편집 방향으로 설정하며 지역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듬해인 1958년, 전국 지방지 최초로 ‘강원연감’을 발행했다. 이는 강원도의 모든 분야의 현황과 통계를 집대성한 것으로, 지역 밀착형 언론의 중요한 초석이 되었다. 1962년 10월에는 지면을 4면으로 증면하며 양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초기에는 등사판에서 시작해 1954년 타블로이드 배판으로 지면을 쇄신하는 등 인쇄 기술의 원시적 단계에서 현대적 신문의 기틀을 마련했다. 1962년 4면 증면은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양적 성과였다.

1969년 일요일 및 수요일 판을 8면으로 늘렸고, 1970년 3월 주 36면 발행을 단행하며 지면을 대폭 확장했다. 1966년에는 지역신문으로서 유일하게 베트남 전쟁에 취재진을 특파하며 국제적 사안에 대한 독자적 시각을 제공했다. 1971년에는 춘천문화방송(MBC) 사장을 겸임하며 신문과 방송의 결합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1975년 5월부터 주 1회 ‘어린이 강원’을 발행하며 콘텐츠 다각화를 모색했다.

강원도는 광업을 중심으로 국가 에너지원의 핵심 축을 담당했으며, 강원일보는 광산 개발, 광부들의 삶 등 산업 발전상을 보도하며 지역경제 성장에 기여했다.

1977년 10월, 강원일보는 주 48면 발행을 시작하면서 지면 확장에 나섰지만, 1980년 신군부가 ‘언론 통폐합’ 조치를 단행하며 강제 재편의 대상이 됐다. 전국 64개 언론사 중 지방지는 ‘1도 1사’ 원칙이 적용되면서 강원도 유일의 신문사로 남게 됐다. 비상계엄 해제와 신군부 퇴진을 외치는 학생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다. 강원일보는 당시 도내 유일 지역 일간지로서 엄혹한 시절 지역의 민주화 열기를 기록한 증언으로 남았다.

신문 제작 기술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특성을 보이며, 컴퓨터 조판 시스템(CTS) 도입을 앞두고 전산화가 점진적으로 시작됐다.

1990년대는 탈냉전과 민주화라는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신문 시장의 무한 경쟁이 시작된 시기였다. 강원일보는 컬러 윤전기 도입과 함께 활판 인쇄에서 벗어나 컴퓨터 제작 시스템(CTS), 인터넷 도입이라는 기술 혁신의 물결을 선도하며 전통적인 신문사에서 현대적 미디어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결정적 전환기를 맞았다.

1987년 지방자치제 실시에 대비해 ‘지방자치에 대한 도민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한국형 지방자치 방안 마련과 주민 관심 증대를 위한 선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1993년 2월부터 매일 20면 발행 체제를 갖췄다.

지방자치가 심화되고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강원일보는 지역 권력 감시자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디지털 전환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1998년 강원일보는 강원도 내 언론사 최초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며 독자와 만날 새로운 통로를 열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뉴스 콘텐츠의 디지털화를 시도하며, 종이신문과 인터넷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미디어’로의 전환을 모색했다. 2003년에는 사회복지법인 ‘함께사는 강원세상’을 설립하여 체계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전면 CTS 도입으로 제작 효율성이 높아졌으며, 1998년 홈페이지 개설은 초기 디지털 뉴스 서비스의 시작을 알렸다.

201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으며, 독자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주된 플랫폼이 모바일로 이동했음을 인지하고 이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강원일보는 방대한 공공데이터와 자체 수집 자료를 분석하여 지역 문제를 구조적으로 진단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을 시도하며 저널리즘의 전문성을 강화하려 노력했다.

과거 종이신문 중심의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에 뉴스를 먼저 송출하고 종이신문은 심층 분석이나 해설을 더하는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전략으로 역할이 바뀌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모바일과 AI로 대표되는 뉴미디어 시대가 정착하고, 강원일보가 지역을 대표하는 미디어 기업으로 완벽히 전환한 시기이다. 강원일보는 2016년 모바일 앱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실시간 속보 및 인터랙티브 뉴스 기능을 강화했다. 2019년 9월, 전국 지역신문 중 최초로 네이버 모바일 뉴스 서비스에 진입하며 전국적인 영향력을 확보했다. 2025년 기준 290만명 돌파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세계적인 IT 기업 구글로부터 ‘혁신 챌린지 언론사’로 선정됐다.

이 시기의 가장 큰 성과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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