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하늘은 언제나 투명합니다. 그 맑음 속에는 누군가의 간절한 시간이 스며 있습니다. 그 시간의 주인공은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입니다. 오는 11월 13일 목요일, 우리 춘천고등학교 3학년 278명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이 오랜 준비의 결실을 맞이하게 됩니다.
수험생 여러분에게 “그동안 애썼다. 고생했다.”라는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시간은 단순히 점수를 얻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불안과 기대, 지루함과 집중이 교차하는 그 시간 속에서 여러분은 이미 한층 성숙해졌습니다. 노력의 흔적은 언제나 사람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마지막 시간까지 여러분이 준비한 모든 것을 단 하나도 남김없이 쏟아붓길 바랍니다. 단거리 육상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탈진해 트랙에 쓰러지듯, 마지막 한 걸음까지 자신에게 집중하길 바랍니다.
저는 1993년 교단에 선 이후 수많은 제자들과 함께 수능의 아침을 맞이해 왔습니다. 그 오랜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된 것이 있습니다. 시험이 평가하는 것은 지식이지만, 진정한 성장은 과정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늦은 밤 교실의 공기와 낙서 가득한 문제집, 친구와 함께 풀던 문제 하나, 그 시간들이 이미 여러분을 단단히 세워주었습니다.
수능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 하루는 지금까지의 자신을 증명하는 날입니다. 그 하루만큼은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결과가 어떻든, 그동안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점수는 기록으로 남지만, 정직한 시간은 인생의 자산으로 남을 겁니다. 두려움보다 자신감을, 불안보다 평정심을 품고 당당하게 시험장으로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수험생 곁에서 묵묵히 함께해온 부모님들과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학생의 성장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땀과 기다림이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님들은 매일 아침 자녀를 챙기고, 가끔은 밤늦게까지 “오늘 공부 어땠니?”라고 묻는 그 말 한마디로 힘을 주셨습니다. 선생님들은 매 순간 학생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제보다 오늘 한 걸음’이라는 기대를 품고 지도해 오셨습니다. 그 기다림이 수험생에게는 커다란 힘이 될 겁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시간이 수능이라는 하나의 문으로 잠시 모입니다. 그 문을 통과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겁니다. 가을이 끝이 아니라 겨울이라는 새로운 계절의 시작이 되는 것처럼, 여러분의 오늘 또한 새로운 출발이 될 것입니다. 교실과 교정, 그리고 여러분이 활동한 모든 곳에서 쌓은 시간들은 모두 수험생 여러분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될 겁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자신과의 약속’이야말로 무엇보다 값집니다.
여러분이 걸어온 시간은 이미 아름다운 기록입니다. 그 기록 위에 내일의 햇살이 밝게 비치길 바랍니다. 가슴속에 담은 꿈이 시험장 안에서 작지만 확신의 목소리로 되살아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시간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은 고요하게, 몸은 가볍게, 의지는 단단하게 하세요.
여러분의 땀과 노력이 교정의 은행잎처럼 은은하지만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 빛은 성적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스스로 성장한 인간의 증거입니다. 배움의 길은 언제나 끝이 없는 여정입니다. 그 여정의 출발선에서 여러분 모두에게 따뜻하게 응원합니다. 여러분을 믿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