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그 좋은 머리를 그런 곳에 쓰나?”…연대 이어 고대에서도 집단 부정행위 정황 포착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비대면 온라인 강의 중간고사에서 집단 부정행위 사실 제보로 알려져
학교 측, “교수님들 큰 충격 받아…‘중간고사 전면 무효화’ 특단의 조치”
지난 9일 연대에서도 AI 활용한 대규모 집단 부정행위 사실 알려져 충격

◇고려대학교.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명문사학으로 꼽히는 연세대학교의 한 강의 시험에서 AI를 활용한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된 가운데, 이번에는 고려대학교에서도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포착돼 상아탑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양심적인 행태와 관련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10일 대학에 따르면 문제가 발생한 수업은 교양과목인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로, 총 1천400여명이 수강하는 비대면 온라인 강의다.

이 강의에선 지난달 25일 중간고사를 컴퓨터를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치렀다. 그런데 일부 학생이 시험 시간에 오픈채팅방에 문제 화면을 공유하며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다른 학생들의 제보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지난달 27일 '중간고사 초유의 사태 발생과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공지를 통해 "명문사학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교수님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학생들에게 밝혔다.

또 "도저히 부정행위를 묵과할 수 없으므로 중간고사 전면 무효화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여러 채팅방에서 끼리끼리 시험 화면을 캡처해 공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기말고사는 어떻게 치를 것인지 등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연세대학교 전경. [연세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앞서 지난 9일에는 연세대에서도 한 강의 중간고사에서 수강생들의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발견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날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3학년 대상 수업 '자연어 처리(NLP)와 챗GPT' 담당 교수는 최근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다수 발견됐다"며 "자수하는 학생은 중간고사 점수만 0점 처리하고, 발뺌하는 학생은 학칙대로 유기정학을 추진하겠다"고 공지했다.

자연어 처리와 거대언어모델(LLM) 등 생성형 AI를 가르치는 이 수업은 약 600명이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원이 많은 만큼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중간고사 또한 지난달 15일 비대면으로 치러졌는데, 그 과정에서 사달이 난 것이다.

부정행위를 막으려는 조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험은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해 객관식 문제를 푸는 식인데, 응시자에게 시험시간 내내 컴퓨터 화면과 손·얼굴이 나오는 영상을 찍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대학교 강의실 (CG)[연합뉴스TV 제공]

하지만 일부 학생은 촬영 각도를 조정해 사각지대를 만들거나, 컴퓨터 화면에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우는 식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 문제를 캡처하거나 화면 창과 프로그램을 계속 변동한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조교들과 함께 영상을 전수 조사해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자수'를 권한 것이다.

실제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 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강생 사이에선 절반 이상일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한 수강생은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양심껏 투표해보자"는 투표 글을 올렸는데 9일 기준 스스로 비수강생이라고 한 응답자를 제외한 387명 중 '커닝했다'가 211명, '직접 풀었다'가 176명이었다.

상당수는 부정행위 과정에서 AI를 몰래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업 수강생 A(25)씨는 "대부분 챗GPT를 사용해 시험을 치른다"며 "나만 안 쓰면 학점을 따기 어려울 거라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지난 학기 이 수업을 들은 B씨 역시 "저를 비롯해 많은 친구가 AI로 검색해 가며 시험을 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명문 사학이라고 일컬어지는 두 학교 학생들의 부정행위에 대해 누리꾼들은 "무슨 시험을 비대면으로 치르나?", "저녁 시간 대에 자건거를 잠금장치 없이 역 근처에 놓아둔 꼴", "정치인들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에 분노하며 공정과 정의를 외치던 그 학생들 맞나?", “그 좋은 머리를 그런 곳에 쓰나?”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대면 시험 방식을 비판하고 학생들의 윤리 의식을 지적하며 공분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