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李대통령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이 달려도 정당이 게시한 것이어서 철거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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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혐오·차별, 사실관계 왜곡·조작하는 잘못된 정보 유통 엄중 처벌"
형법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검토 지시도…"민사로 해결할 일"
1천원 초코파이 절도사건 재판 거론하며 "얼마나 인력 낭비인가" 지적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11.11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인종 혐오나 차별, 사실관계를 왜곡·조작하는 잘못된 정보 유통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 일부에서 인종, 출신, 국가 등을 두고 시대착오적 차별과 혐오가 횡행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와 일상을 위협하는 행위로 추방해야 할 범죄"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사회가 점차 양극화하는 와중에 이런 극단적 표현들이 사회 불안을 확대시키고 있다"며 "정치권에서도 혐오 범죄, 허위 조작 정보 근절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같은 맥락에서 이 대통령은 각 정당의 현수막이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정당의 활동 자유를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현재 일반 현수막은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서만 내걸 수 있는 것과 달리 정당의 현수막은 장소의 제약이 거의 없이 게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정당 현수막에 담긴 혐오 표현에 무방비로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길바닥에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이 달려도 정당이 게시한 것이어서 철거 못 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며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현수막을 달기 위한 정당인 '현수막 정당'을 만들기도 한다더라. 일부에 의하면 무슨 종교단체와 관계가 있다는 설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11 사진=연합뉴스

이어 "정당이라고 해서 지정된 곳이 아닌 아무 곳에나 현수막을 달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정당 현수막 규제를 완화하는 법은) 제가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있을 때 만든 법이긴 하나, 악용이 심하면 법을 개정하든 없애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정당이 국고보조금을 받으면서 현수막까지 동네에 너저분하게 걸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일종의 특혜 법이 될 수도 있다. 옛날대로 돌아가는 방안을 정당과 협의를 해달라"고 지시했다.

고위공직자나 공공단체장의 혐오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 어떤 기관장이 '하얀 얼굴, 까만 얼굴' 이런 얘기를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하고도 멀쩡히 살아있더라"며 이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주한 외교사절 행사를 소화한 뒤 직원들에게 '외국 대사들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더라', '얼굴이 새까만 사람들만 모였더라'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혐오 발언 처벌을 위해 형법을 개정할 때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실제로 있는 사실에 관해서 얘기한 것은 형사로 처벌할 일이 아니라 민사로 해결할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11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처벌 강화 및 암표 판매 신고자 포상금 지급을 골자로 하는 공연·스포츠 분야 암표근절 방안을 보고하자 "처벌보다 과징금의 효과가 훨씬 크다"면서 "과징금을 세게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다 좋은데 형사처벌 강화는 반대"라며 "야구장 암표 판매에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할 리도 없고, 괜히 수사와 재판에 돈만 들고 역량을 낭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암표 판매 총액의 10∼30배를 과징금으로 징수하는 방안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실효성도 없는 형벌(형사 처벌) 조항을 없애야 한다. 지난번 1천원짜리 초코파이 (절도) 사건 갖고 재판하느라 얼마나 인력을 낭비했느냐"며 "과징금 조항을 넣고 형벌 조항은 빼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울러 "과징금은 정부 수입이 된다. (암표 판매) 신고자에게도 과징금 부과액의 10%를 지급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하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11 사진=연합뉴스

한편 윤석열 정부의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 공직자들의 불법행위 가담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정부 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힘을 실었다.

이에 따라 조만간 TF가 구성될 것으로 보이며, 특검 수사와는 별개로 공직자들에 대한 정부의 자체 조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정부 내에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를 통해 비상계엄 등 내란에 참여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대상으로 신속한 내부 조사를 하고, 합당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F 제안 배경과 관련해선 "우리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주권 및 민주주의의 확립"이라며 "그런데 현재 내란혐의 수사와 재판이 장기화하면서 내란 극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김 총리는 진단했다.

이어 "그 사이에 내란에 가담한 사람이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고, 이런 일들이 결과적으로 공직사회 내부의 반목을 일으키면서 국정 동력을 저하한다는 지적도 나왔다"며 TF 활동으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내년 1월까지 신속하고 질서 있게 조사를 마치고, 설 연휴 전에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이 과정에서 공직사회의 동요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며 "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동의해준다면 총리의 책임 아래 총리실에서 상세한 추진 지침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내란에 관한 문제는 특검에만 의존할 일이 아니고, 독자적으로 (조사할) 일"이라고 동의했다.

이 대통령은 "특검이 수사를 통해 형사처벌을 하고는 있지만, 내란에 대한 관여 정도에 따라 행정책임을 묻거나 문책이나 인사 조치를 하는 등 낮은 수준의 대응을 해야 할 사안도 있다"며 자체 조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회의 공개 범위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 2025.11.11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11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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