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끝까지 무대에 있고 싶다" 현역 최고령 배우 故이순재에 금관문화훈장 추서…"사회적 책임 실천한 예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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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순재의 빈소가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2025.11.25 [사진공동취재단]

속보=고(故) 이순재(91) 배우에게 금관문화훈장(1등급)이 추서됐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과 국민 문화 향유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5일 별세한 이순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에게 추서된 금관문화훈장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이순재는 지난 2018년 10월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다. 배우가 금관문화훈장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2021년 윤여정과 2022년 이정재 이후 3년 만이다.

문체부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고인은 반세기가 넘는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온 최고참 현역 배우로 자리매김해 왔다"며 "140편이 넘는 작품활동으로 드라마를 넘어 연극, 예능, 시트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기에 대한 진정성과 인간적인 모습으로 전 연령층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추서 이유를 밝혔다.

이어 "후학 양성과 의정 활동 등을 통해 예술계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문화예술인이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이날 새벽 세상을 떠났다. 이순재는 고령에도 철저한 건강관리를 자랑하며 방송, 영화, 연극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연기 활동을 펼쳐왔지만,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건강이 악화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출연을 중도 취소했고, 지난해 말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도 수척해진 얼굴로 후배들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이후 재활을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4살 때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다.

할아버지를 따라 남대문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초등학교 시절 해방을 맞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 한국전쟁을 경험했다.

이순재가 연기에 눈을 뜬 건 대학 시절이다. 서울대 철학과에 진학한 그는 당시 대학생들의 값싼 취미인 영화 보기에 빠졌고, 영국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출연한 영화 '햄릿'을 보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이순재는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가 되면서 한국 방송 역사를 함께 해왔다.

데뷔 초기 TBC 전속 배우로서 100편이 넘는 드라마에 등장했고, 1980년대까지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으나 주연급보다는 주로 조연으로 활약했다.

◇배우 이순재가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은관문화훈장 수상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8.10.24

주요 출연 드라마는 '동의보감', '삼김시대',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엄마가 뿔났다' 등 140편에 달하지만, 단역으로 출연한 작품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을 정도다. 한 달에 30편 넘는 작품에 출연한 적도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1992)는 시청률 65%를 기록했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표상이었던 캐릭터 '대발이 아버지'로 당시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순재는 사극 전성시대도 이끌었다. '사모곡', '인목대비', '상노', '풍운', '독립문' 등 1970·80년대 사극에 꾸준히 출연했고, '허준'(1999), '상도'(2001), '이산'(2007) , '불멸의 이순신' 등을 카리스마 넘치고 묵직한 연기로 시청률을 견인했다.

2013∼2018년 이순재가 출연한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를 연출한 나영석 PD는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나 PD는 이날 열린 한 예능 제작발표회에서 "최근 1년 동안 선생님 몸이 안 좋으셔서 뵙지를 못했는데 갑작스레 소식이 들려 당황했다"며 "선생님이 생전 여행에서, 사석에서 가장 많이 들려주신 이야기가 '끝까지 무대 위에 있고 싶다는 말씀'이었다. 성실하게 일하는 것의 가치를 알려주시고 후배들에게 많은 귀감이 된 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몸편히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실 수 있기를 기도하겠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온 배우 이순재가 별세했다. 향년 91세.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이순재는 최근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사진은 2021년 연극 '리어왕'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 취하는 배우 이순재. 2025.11.25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민석 국무총리는 배우 이순재가 별세한 것에 대해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배우라는 호칭에 걸맞게 멋지셨습니다. 편히 쉬십시오"라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가끔 공사석에서 뵐 때마다 큰 인연이 없는 제게도 참 따뜻하셨다"며 "40대 중반 이후 연극에 흥미가 생겨 선생님께서 운영하신다는 연기학원을 가보려 했다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난다"고 고인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김 총리는 '연기에 완성이 없다'는 고인의 백상예술대상 발언이 기억난다면서 "완성은 없다는 말씀을 정치를 하면서도 항상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빈소에는 조문 첫날부터 연예계 동료들뿐만 아니라 유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온 국민이 저와 함께 이 진정한 연기인, 진정한 국민 배우를 보내드리는 길에 함께 명복을 빌어주셨으면 좋겠다"고 고인을 기렸다.

고인의 수의를 준비 중인 박술녀 박술녀한복 원장은 "5∼6년 전에 선생님께서 건강하셨던 때 제 한복을 입으셨던 적이 있다"며 "유족들이 그 일을 기억해 오늘 (수의 관련) 논의를 하게 됐고, 내일 아침에 (입관식 때) 입혀서 보내드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방송대중예술인단체연합회는 이날 KBS 본관과 별관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누구나 조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7일 발인식에 맞춰 KBS 별관에서 별도의 영결식을 치르는 방안도 유족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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