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도 영상산업 생색내기 지원, 경쟁력 생기겠나

‘200만원 증액’의 민낯, 생색내기 행정이 빚은 ‘촌극’
성장하는 강원 영상산업, 오판으로 골든타임 놓치나
지역 영화제도 위험…‘미래 먹거리’ 발상의 전환 필요

강원영상위원회가 내놓은 2026년도 사업계획서는 딜레마 그 자체다. 도내 창작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영상문화 생태계의 뿌리를 단단히 하겠다는 의욕은 읽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곳간은 사실상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강원영상위의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총예산 14억500만원. 올해보다 고작 200만원 늘어난 수치다.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이다. 그럼에도 영상위는 마른수건을 짜내듯 장·단편 제작 지원 예산을 4,300만원 증액하고, ‘G-콘텐츠 아카데미’ 같은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지역 영화제 지원금도 소폭이나마 늘렸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창작자와 현장에 더 많은 몫을 돌려주려는 ‘고육지책’이자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파이가 커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 처방은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금 강원도의 영상 콘텐츠 토양은 그 어느 때보다 비옥해지고 있다. 김진유 감독의 ‘흐르는 여정’, 김소연 감독의 ‘로타리의 한철’ 등 지역 창작자들의 작품이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는 강원영상위의 창작 지원 정책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동시에, 이 불씨를 큰 불로 키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땔감’이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지역 영화제와 창작 생태계의 위축이다. 정동진독립영화제와 원주옥상영화제 등은 강원도를 넘어 한국 독립영화계의 소중한 자산이자 문화 다양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일부 지자체의 근시안적인 예산 삭감과 정부 공모사업 축소로 이들 영화제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강원영상위가 이들을 부축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근본적인 재정 확충 없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명확하다. 천혜의 자연환경이라는 하드웨어에 창의적인 문화 콘텐츠라는 소프트웨어를 입혀야 한다. 영상 콘텐츠 산업은 적은 투자로도 막대한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하지만 도의 재정 배분 우선순위에서 문화, 특히 영상 분야는 여전히 ‘찬밥’ 신세다. 문화자치의 핵심은 구호가 아니라 예산의 독립성과 확장성에 있다. 콘텐츠 산업을 단순한 문화복지 차원이 아닌, 강원도의 미래 먹거리이자 전략 산업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도 차원의 과감한 예산 증액은 물론, 민간 투자 유치와 중앙정부와의 협력 강화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강원영상위원회가 지역 창작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산업 생태계의 심장으로 뛰게 하려면, 명분뿐인 계획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실탄’을 쥐여줘야 한다. 예술은 배고픔 속에서 피어난다고 하지만, 산업은 투자 없이는 결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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