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민의 건강 지표에 켜진 ‘빨간불’이 꺼질 줄 모르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강원도의 고위험음주율은 15.7%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여기에 흡연율은 전국 2위, 비만율은 3위, 우울감 경험률마저 2위를 기록했다. 술, 담배, 비만, 우울 등 건강을 해치는 모든 지표가 전국 최악의 수준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도민들의 건강 관리가 소홀하다는 차원을 넘어, 강원도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병들어 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왜 강원도민이 술과 담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지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들어야 할 때다.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의 심각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고위험음주율이 가장 낮은 세종(7.0%)이나 대전(9.5%), 서울(10.1%)과 비교하면 강원도의 수치는 압도적으로 높다. 흡연율 역시 23.8%로 충북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나쁜 건강 지표들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강원도는 우울감 경험률 또한 6.9%로 서울에 이어 전국 2위다. 높은 우울감이 술과 담배를 찾게 만들고, 이것이 다시 신체적 건강 악화와 비만(37.4%, 전국 3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그동안 보건 당국은 금연 클리닉이나 절주 캠페인 등 개인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2년 연속 고위험음주율 전국 1위라는 성적표는 기존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 강원도민이 유독 의지가 약해서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가 인프라, 고령화와 지역 소멸 위기에서 오는 사회적 고립감, 불안정한 경제 상황 등 ‘환경적 요인’이 도민들을 건강 위험 행동으로 내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강원특별자치도와 보건 당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전면적인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 우선 지역별, 계층별 심층 역학 조사를 통해 높은 음주·흡연율과 우울감 사이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도민들이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왜 하필 술과 담배를 선택하는지에 대한 사회학적, 심리학적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대책 또한 의료적 접근을 넘어 복지와 문화, 사회적 안전망 확충으로 확장돼야 한다.
건강하지 못한 도민이 사는 지역에 건강한 미래가 있을 리 만무하다. 수치 이면에 숨겨진 ‘강원도의 아픔’을 치유하려는 구조적 접근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