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정치기본권 회복 논의는 여전히 오래된 오해와 왜곡된 인식에 가로막혀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학교의 정치화’로 연결하며 위기론을 조장하지만, 사실관계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그런 우려는 근거가 빈약하다. 지금 논의되는 정책은 이념적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직자를 시민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의 문제다.
무엇보다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을 보장한다고 해서 학교가 정치판으로 변하는 일은 결코 없다. 직무 중 정치적 영향력 행사는 지금처럼 명확히 금지되며, 이를 어기면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다. 논점은 단순하다. 수업 시간과 직무에서는 중립성을 지키되, 근무 외 시간에는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정치적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지금처럼 선거철에 SNS ‘좋아요’ 한번 누르는 행위까지 선거법 위반이 적용되는 규제는 상식의 범위를 넘어선다. 고등학생도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 나라에서, 교사가 더 엄격한 규제를 받는 현실도 모순적이다.
정치적 중립성은 교사의 ‘침묵’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직무와 사생활을 명확히 구분하는 제도적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고, 위반 시 처벌도 가능하다. 따라서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을 돌려주는 것은 중립성을 해치는 일이 아니라, 근무 외 시간에는 교사를 온전한 시민으로 대우하자는 요청에 가깝다. 정치적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가 건강한 중립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국가가 증명해 왔다.
‘정치 중립’에 대한 과도하게 경직된 해석은 학교의 시민교육을 사실상 마비시키고 있다. 정치는 공동체의 미래와 갈등을 조정하는 민주적 과정이며, 청소년이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은 교육의 핵심 역할이다. 그러나 교사 스스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제약당한 채 학생들에게 성숙한 시민성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기초적인 정책 이해 수업이나 중요한 사회 현안 토론조차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민주적 역량을 빼앗는 일이며, 교육의 본령을 스스로 축소하는 비극이다.
헌법 해석도 바로잡아야 한다. 헌법이 말하는 ‘정치적 중립 보장’의 주체는 분명 국가다. 이는 국가 권력이 교사·공무원을 정치적으로 동원하지 못하도록 막는 안전장치다. 과거 독재정권은 교사를 반상회나 정치 행사에 동원했고, 헌법은 이런 폭력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취지로 ‘국가권력의 개입 금지’를 선언했다. 이를 개인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근거로 뒤집어 적용한 것은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 권력으로부터의 보호 장치를, 시민의 권리를 박탈하는 칼로 쓸 수는 없다.
세계의 흐름도 명확하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교사·공무원을 시민으로 인정하고, 직무 중 중립을 제도적으로 관리한다. 우리만 유독 극단적인 ‘교사‧공무원의 정치 접근 원천 금지’ 원칙을 유지해 왔다. 이제는 △정당 가입 및 후원 허용 △근무 시간 외 정치활동 보장 △선거 출마 휴직 허용 등의 범위에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 이는 과도하게 제한된 시민의 기본권을 헌법이 정한 자리로 되돌려놓는 일이다. 나아가 전문성과 공공성을 갖춘 교사·공무원이 정치 영역에 참여함으로써 교육 정책의 품질을 높이고, 국가적 의사결정의 깊이도 더해질 수 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더 이상 과거의 편견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묶어두게 해서는 안 된다. 교사와 공무원을 ‘침묵을 강요받는 존재’가 아니라, 중립적 전문가이자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이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며, 다음 세대를 위한 더 책임 있는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