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칼바람 부는 겨울 흔들리는10m 상공에 고립…“도와주세요”

[르포]춘천소방서 스키장 리프트 구조훈련
로프 매고 20여m 떨어진 구조대상자 접근
동상 방지 위해 핫팩·담요 고립자 우선전달
용석진 서장 “실전형 훈련으로 대비하겠다”

◇최승원 춘천소방서 119구조대원이 20m 떨어진 리프트에 고립된 구조대상자를 구하기 위해 로프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고은기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안전하게 구조해드리겠습니다.”

11일 오전 춘천 엘리시안 강촌스키장에서 정상을 향해 올라가던 리프트가 ‘덜컹’ 소리와 함께 멈춰섰다. 칼바람에 리프트가 흔들리는 가운데 10m 상공에 사람이 고립되자 지나가는 사람들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리프트를 올려다봤다. 잠시후 슬로프 아래에서는 로프와 안전고리 등의 장비를 착용한 소방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신속하게 출동 준비를 마쳤다.

춘천소방서는 이날 119구조대, 강촌119안전센터 등 3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리프트 사고 대비 인명구조 훈련을 진행했다. 실제 상황과 같은 긴장감 속에서 최승원 소방사는 15m 높이 리프트 지주(기둥) 사다리를 거침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주 정상에 오른 최 소방사는 리프트 와이어에 연결고리와 로프를 걸고 20여m 떨어진 리프트 의자를 향해 망설임없이 이동했다. 리프트 케이블 경사가 완만한 구간에서 케이블과 로프 마찰이 심해 속도를 내기 쉽지 않았지만 손으로 고정 장비를 두드리고 몸의 반동을 이용해 조금씩 거리를 줄여나가며 고립된 리프트에 도착, 구조대상자를 무사히 구출했다.

최 소방사는 “항상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안전하게 구조해드리겠습니다’라는 말로 구조대상자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있다”며 “구조대원 역시 돌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반복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사방이 열려있는 스키장 리프트 특성상 구조 시간만큼이나 구조대상자의 체온 유지가 중요하다.

구조훈련을 총괄한 이호영 119 구조대장은 “영하의 날씨에 장시간 노출되어 저체온증에 빠질 위험이 커 담요와 핫팩 등을 리프트에 먼저 올려보낸다”고 강조했다.

실제 스키장 리프트 사고가 해마다 발생하면서 구조 훈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춘천소방서에 따르면 스키장 리프트 사고는 2022년 1건, 2023년 17건, 2024년 4건, 2025년 1건으로 집계됐다.

용석진 춘천소방서장은 “겨울철 스키장 안전은 많은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실제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구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실전형 훈련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춘천소방서 119구조대원들이 고정용 연결고리와 로프를 이용한 수직구조기법으로 리프트에 고립된 구조자를 하강시키고 있다. 사진=고은기자
◇춘천소방서 119구조대원들이 4인 1조로 리프트 구조훈련을 하며 지주(기둥) 상공과 지상에서 안전을 확보해 추락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고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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