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의 인구가 150만명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한 가운데, 문화산업의 확대가 세대 전반의 인구 유입을 견인할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 강원본부(본부장:양양현) 7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정용국 서울시립대 교수는 “문화산업이 강원 인구 유입의 공통된 요인”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주목할 만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인구이동 결정요인은 세대별로 다르게 작용했다. 청년층(20~30대)은 단순한 임금 수준보다 고용의 질을 중시했고, 중·장년층(40대 이상)은 소득 수준과 복지 예산 확대 여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세대를 불문하고 도 문화산업의 생산량이 많을수록 인구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문화산업이 여가 제공을 넘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대한 요소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도는 전국에서도 독보적인 자연경관과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자원을 문화 콘텐츠와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산림, 해변, 축제, 역사유산 등 풍부한 자산이 있음에도 지역 내 문화 기반시설 부족, 청년 문화 콘텐츠 창작 생태계 부재, 지역 간 연계 부족 등으로 문화산업의 성장은 정체돼 있다. 이는 청년층의 정주 여건을 약화시키고, 중장년층의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문화산업은 고부가가치산업이자 타 산업과의 연계 효과가 크다. 공연예술, 영화·드라마 촬영지, 지역축제, 전시 등은 지역을 찾는 관광객을 유인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정주 인구를 늘리는 촉매 역할을 한다.
특히 도는 ‘한류 콘텐츠’와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과 풍경적 강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제는 이를 활용해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청년층의 경우 문화산업은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고용의 질을 우선시하는 청년들에게 문화 콘텐츠 기획, 창작, 기술 기반 산업(영상·음향·AR/VR 등)은 충분히 매력적인 직종이다.
이들이 강원에 정착할 수 있도록 창작 공간과 거주 공간, 창업 지원, 문화예술 교육 등을 연계한 종합지원체계를 수립해야 할 때다. 중장년층에는 문화 소비 여건의 확장이 중요하다. 이번 세미나에서 제안된 ‘관광자원과 문화행사의 결합’은 실현 가능한 정책 방향이다. 단순한 관광자원 소비에서 벗어나, 지역의 역사와 감성을 담은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통해 강원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확립해야 한다. 평창의 겨울 스포츠 자산과 정선 아리랑의 문화유산, 강릉 커피거리의 현대적 감성을 접목한 축제와 콘텐츠는 국내외 관광객뿐 아니라 청년 창작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장이다. 도는 이제 인구문제를 단지 출산율과 청년 유출의 통계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강원다움을 살린 문화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움으로써 인구 유입의 토대를 마련, 지역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