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100년 염원의 ‘화룡점정’, 홍천 철길이 연 미래

전명준 홍천문화재단 이사장

◇전명준 전 홍천군 철도유치범군민추진위원장(현 홍천문화재단 이사장)

드디어 해냈다. 용문~홍천 광역철도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며 최종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홍천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필설로 다 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느낀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SOC(사회기반시설) 확충을 넘어, 홍천의 운명을 바꾸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희망의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1년부터 홍천군 철도유치범군민추진위원장을 맡아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군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어깨에 지고 달려왔다. 중앙 정치권에 호소하고 정부를 설득하며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마침내 용문~홍천 광역철도 사업 확정 소식을 접하니, 비로소 그 긴 여정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마지막 한 점을 찍은 듯 감개무량 하다.

지역 주민들의 뜻을 전하기 위해 국회와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 등 관계 기관을 숱하게 오르내리며 철도 유치의 당위성을 역설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과정에서의 노심초사는 이제 소중한 기억으로 남겨두고, 우리는 홍천의 미래 발전을 가슴에 새겨야 할 때를 맞이했다.

홍천에 철도가 들어온다는 것은 단지 이동이 편리해지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질이 달라지고, 지역의 구조가 재편되며, 세대의 기회가 확장되는 ‘혁명적 변화’를 뜻한다.

홍천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과 수려한 자연, 풍부한 인문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교통 접근성의 한계 탓에 저평가돼 왔다. 청년들은 일자리와 배움의 기회를 찾아 고향을 떠나야 했고, 어르신들은 먼 길을 버스로 오가며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철길이 열리면 홍천은 사람과 자원이 막힘없이 오가는 ‘열린 도시’, 명실상부한 ‘사통팔달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다.

서울과 홍천이 1시간대 생활권으로 좁혀지면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와 문화 향유의 기회가 열리고, 수도권 기업들은 홍천의 잠재력을 새롭게 주목할 것이다. 지역 농·특산물은 더 빠르게 시장에 닿고, 홍천의 자연과 문화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도 한층 늘어날 것이다.

철도는 단순한 선로가 아니라 홍천의 내일을 잇는 다리다. 한 세기 동안 이어진 기다림은 이제 도약의 에너지가 되었고, 군민의 간절함은 홍천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다. 이 길을 열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손을 맞잡아준 모든 군민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다.

이제 우리는 또 하나의 과제를 마주한다. 철길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자 약속이다. 홍천의 발전은 철도가 놓이는 속도만큼이나, 그 길 위에 ‘어떤 도시를 그릴 것인가’에 달려 있다. 교통의 편리를 넘어 교육·복지·문화·경제가 함께 성장하는 도시, 세대가 공존하고 청년이 돌아오며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철도를 그토록 기다린 이유는 그 길 위로 사람의 꿈이 오가고, 더 나은 내일이 달려오기 때문이다.

홍천은 이제 수도권의 변방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이자 미래로 향하는 관문이다. 도시와 농촌,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상생의 도시로 힘차게 전진해야 한다.

용문~홍천 광역철도는 군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희망의 길’이다. 100년의 기다림 끝에 열린 그 길 위에서,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이끌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지혜를 모아야 한다. 홍천의 내일을 예약한 열차는 이미 우리 곁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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