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 용문~홍천 광역 철도 위에 싣는 가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신하림 홍천주재 부장

지난해 6월 홍천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시장·군수협의회 정례회에는 역무원들이 등장했다. 용문~홍천 광역철도 유치 홍보전을 위해 홍천군청 공무원들이 역무원 복장을 하고 나왔던 것이었다. 같은 해 9월 홍천군청 앞에는 열차와 승차권을 본떠 만든 조형물이 설치됐다. 누군가는 아무런 감흥 없이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야 하는 꿈이었다. 불평등과 소외가 무엇인지 보고 느꼈다.

이후 홍천군 사회단체들이 개최하는 행사장에는 어김없이 현수막이 2장씩 나타났다. 한 장은 모임의 목적인 산불 예방, 평화 통일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었고, 다른 한 장은 ‘용문~홍천 광역철도 예타 통과 기원’이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강원 지역에서 열린 모든 행사장 마다 동계올림픽 유치 기원 문구가 등장했던 것과 똑같았다. ‘올림픽 유산’인 KTX 강릉선은 용문~홍천 광역철도 유치의 징검다리가 됐다. 비록 경제성 논란이 있었지만, 개통 이후 이용객이 8배 증가해 철도망 공급이 이용객 수요를 유발한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확실한 근거가 됐다.

일각에서는 퍼포먼스가 약하다는 우려도 있었다. 대규모 집회를 다시 열든, 삭발식을 하든 정부를 상대로 뭔가 강하게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대신 읍·면 이장들은 폭염 속에서 돌아가면서 정부 세종청사를 방문했다. 밀짚 모자를 쓰고 오가는 공무원들에게 찰옥수수나 사과즙을 나누며 용문~홍천 철도 유치를 홍보했다. 소박했지만, 돌아보면 10개 읍·면이 모두 나섰다는 것이 큰 의미였다. 역사 예정지인 홍천읍, 남면과 1시간 떨어진 내면의 이장협의회장은 “철도 유치가 확정 될 때 까지 홍보전을 하겠다”고 말했다. 목소리 크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마음이었다.

이제는 철도 개통 이후를 꿈꿔야 할 때다. 신영재 군수는 본보 인터뷰에서 “인구 10만명선이 복원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단계적 목표이겠지만, 더 큰 꿈을 가졌으면 한다. 홍천군의 인구가 최정점을 찍었던 시기는 1949년 13만 7,090명이다. 당시 금광 개발이란 호재가 있었지만, 철도 개통은 100년 숙원 사업이다. 그 이후에는 최정점을 넘어 15만명, 20만명까지 늘어날 지도 모른다. 국유림이 대부분이라지만, 제주도 만한 면적의 전국에서 가장 넓은 기초지자체 아닌가.

수도권의 인구를 끌어들이려면, 철도 위에 홍천만의 가치를 실어 수도권에 보내야 한다. 10년 후 경의 중앙선의 종착역은 ‘수도권이 잊고 살았던 것’ 혹은 ‘수도권이 몰랐던 것’을 알려주는 곳이었으면 한다. 식탁 위 화려한 메뉴의 원료를 만드는 농부의 수고, 디지털 세상과 차원이 다른 숲의 쾌적함, 아파트 단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농촌의 공동체 문화를 전하는 플랫폼이었으면 한다. 수도권에서 태어나 한번도 수도권을 벗어난 적이 없는 미래 세대들이 두촌면 바회마을에서 김장 체험도 하고, 화촌면 청사초롱 마을에서 전통 혼례식도 보고, 정월대보름에는 솟대도 만들어보는 경험의 통로가 됐으면 한다. 홍천역이 농업과 농촌, 지방에 대한 수도권의 인식을 바꾸는 곳이 됐으면 한다. 개발 계획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앞으로 홍천이 지켜나갈 고유의 정체성이다.

KTX 강릉선의 도움을 받았으니, 다른 철도가 놓이는 과정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노리는 원주~홍천~춘천 내륙종단철도 사업이 대표적이다. 앞서 이뤄진 꿈이, 또 다른 꿈의 성취를 돕는 순간이 2026년에도 나오길 바란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

강원일보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