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해의 문턱에서 사람들은 동쪽을 향해 몸을 옮긴다. 해가 뜨는 장면이 특별해서라기보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에 자신을 포개고 싶어서다.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는 지난 19일 이용자들의 정차 데이터를 기반으로 집계한 새해 일출 명소를 공개했다. 이번 정차 데이터는 올해 1월1일 일출 평균 시간(오전 7시30분) 1시간 전부터 전국 일출 명소 반경 1㎞ 이내에 30분 이상 시동을 끄고 정차한 차량의 위치를 기반으로 집계했다. 호수와 바다가 맞닿은 자리에서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끈 채 기다린 시간들이 데이터가 됐다. 파도보다 잔잔한 호수 위로 새해의 빛이 번질 때, 사람들은 각자의 소원을 말 대신 숨으로 내보냈을 것이다. 이용자가 찾은 일출 명소 1위는 속초 청초호였다. 다음으로 강릉 경포해수욕장, 속초 영금정이 뒤를 이었다. ▼“해를 맞는다는 것은 천명을 다시 듣는 일”이라고 했다. 동방에서 떠오른 해는 늘 답을 주지 않았지만 방향만은 알려줬다. 그래서일까. 동해안은 해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그 반복이 이곳을 명소로 만든다. 2024년 12월31일부터 올 1월1일까지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에는 53만여명의 해맞이객이 몰렸다. 강릉에 25만3,200여명의 인파가 운집했고, 양양 10만여명, 동해 6만여명, 속초 5만여명, 삼척 4만여명, 고성 3만여명 등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벽의 바다는 떠들지 않는다. 구름 같은 인파도 해가 떠오르는 순간만큼은 말수를 줄였다. ‘군중 속의 고독’인가. 그 시간은 각자에게 깊이 파고든다. ‘묵언수행(默言修行)’처럼, 말하지 않음으로 다짐을 새기는 시간. 동해안은 그렇게 매년 사람들의 속내를 받아 적는다. ▼일출 명소라는 말은 장소의 영광이 아니라 사람들의 태도에 붙는다. 여름의 피서지였던 해변이 겨울 새벽의 성지가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새해 첫 해를 보기 위해 멈춰 선 그 시간들이 이곳을 명소로 만들었다. 동쪽 바다는 오늘도 묻지 않는다. 다만 떠오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