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
어느 여름날, 무작정 동네 복싱장에 등록했습니다. 십수 년째 짝사랑해 오던 동화와의 밀당에 조금 지쳐 있을 때였습니다. 동화는 해가 갈수록 다루기 어려웠고, 환심을 사기란 더더욱 힘든 영역이었습니다. 운동으로나마 숨을 고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복싱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가볍게 뛰며 펀치를 날리는 기본 동작조차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숨 가쁘고 어렵기만 합니다.
몸을 제어하는 일과 동화를 쓰는 일은 참 닮아 있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해결책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쓰고 또 쓰는 것. 움직이고 또 움직이는 것. 기본에 충실하며 열정을 잃지 않는 것.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잽을 날린 덕분일까요. 강원일보로부터 당선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래 붙들고 있던 짝사랑에 비로소 조심스러운 답장을 받은 기분입니다.
동화의 세계에 들어올 때 손 내밀어 주신 동화세상과 김병규 사부님, 함께해 온 선후배 선생님들과 동기들, 글벗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묵묵히 기다려 준 가족과 형제자매,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동화와의 긴 밀당을 끝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그리고 강원일보사에 무한한 감사를 보냅니다. 앞으로도 수천 번의 주먹 끝에 묵직한 한 방을 품은 이야기를 써 나가겠습니다. 이 귀한 사랑을 절대, 놓치지 않겠습니다.
△황명숙(46)
△평창 출신
△어린이책 기획·편집자
◇심사평
문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무늬를 그린다. 어린이를 주독자로 하는 동화라고 다를 바 없다. 관심있게 읽은 작품은 ‘홀로그램 아이’와 ‘픽셀 가족’, 그리고 우리 사회가 모색하고 있는 ‘마음 휴식’을 다룬 ‘점 빼주는 사서 선생님’이었다. 그 중에서도 ‘점 빼주는 사서 선생님’을 당선작으로 올린다.
이야기는 도서실 뒤편에 있는 ‘마음 쉼표방’에서 시작되어 중심부로 이동한다. 주인공 주율은 남에게 늘 잘하려 애쓰고, 울지 않으려 참고, 일이 잘 안 풀리면 그 강박감에 긴장한다. ‘사서 샘’은 그에게 눈 밑의 점을 빼기보다 우선 긴장하는 ‘힘을 빼’라고 요구한다. 점 빼기를 원하는 주인공과 마음의 긴장점을 빼라는 사서 샘 사이의 갈등을 통해 비로소 힘 빼는 법을 배워 마음의 긴장감도 풀어내고, 눈 밑의 점을 바라보는 마음도 바꾼다.
지나친 긴장과 욕심을 버림으로써 몸이 자연스러워지고 마음 또한 여유를 찾게 된다는 주제는 매우 적절했고,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잘 스며들 수 있는 글이었다. 당선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 원유순·권영상 아동문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