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
어떤 면에서 사람과 사람은
법(法)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얽혀있는 일을
차근차근 풀어내는 법을 공부한 일로
가족을 부양했지만
늘 사물과 사물 사이에서 식물과 절기,
나무와 숲 사이에서
멍하니 사유하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뒤늦은 공부는 즐거웠다.
여름나무와 겨울나무, 그 사이에
별자리들이 깃들었다 간다는 것도 알게 됐고
한 무더기 꽃다지에도 순차가 있으며
내 어머니의 마음과 내가
참 많이 닮았다는 것도 시를 쓰면서 알아냈다.
어느덧 내 말투는 식물을 닮아갔고
고집스레 내세우던 입장들은 자주 주춤거렸다.
그러한 일엔 늘 아내의 간절한 조언이 섞여 있었다.
어느덧 이룰 수 있는 모든 가족을
다 얻은 나이가 되었지만
잃어버린 가족들도 그에 못지않다.
그중 내 어머니를 생각하면
두 손을 모으게 된다.
평생의 기원을 허락해 주신 강원일보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성실한 시작(詩作)을 약속드린다.
△배종영(76)
△경남 창녕 출신
△㈜ 감정평가법인 대교 재직
◇심사평
최종까지 남은 작품은 이종현의 시 「백양 홍氏 규철이의 출생기」, 서준호의 시 「마음발자국」, 배종영의 시 「마트료시카」 등이다.
이종현의 시 「백양 홍氏 규철이의 출생기」는 한적한 역에 버려진 한 장애아가 역이름을 딴 성씨의 시조가 되는 과정을 코믹하고도 씁쓸하게 그린 작품으로, 내용의 특이성과 공들인 스토리 전개 과정이 눈길을 끌었으나 표현의 섬세함과 구성의 밀도가 아쉬웠다.
서준호의 시 「마음발자국」은 “동짓밤 우리가 내리던/그 눈을 우리는 기억하나요”라는 첫 구절이 보여주듯, 최종심에 오른 작품 중 시어와 리듬이 가장 젊고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앞으로도 이 감각을 잘 살리면서 시의 완성도에 좀 더 공을 들인다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배종영의 시 「마트료시카」는 러시아의 전통 인형을 소재로 삼아 상상력을 펼쳐나간 작품으로, 낮고 지극한 목소리를 통해 얘기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로 형성해가는 능력이 돋보였다. 소재의 특성을 주제와 결합하여 나가는 과정도 담백하면서도 흡인력이 있었다. 함께 응모한 작품들 전체에서 오랜 수련이 느껴지는 형성력과 시의 매력 중 하나인 지극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큰 신뢰를 주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심사위원 : 이영춘·이홍섭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