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강원독립영화,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리다

①언 땅 녹이고 움튼 ‘강원 독립영화’
2025년 54개 작품 46개 영화제서 상영
강원만의 지역성 갖춘 작품들 다수 성과

◇한원영 감독의 ‘울지않는 사자’ 스틸컷. 강릉산불 피해 이재민의 삶을 그린 작품은 지난해 히로시마 국제영화제 그랑프리상, 제9회 강원영화제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2025년은 강원 독립영화의 가시적 성과가 두드러진 해였다. 한 해 동안 54개 작품이 46개 영화제서 상영되며 29회의 수상을 이뤄냈다. 갑작스러운 성과는 아니었다. 지역의 열악한 제작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도내 영화인들의 분투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강원일보는 강원독립영화협회와 지역영화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모색한다.

■‘지역영화’의 정체성을 찾다

2017년 강원영상위원회 발족, 2019년 강원독립영화협회 출범을 기점으로 지역영화의 정체성이 정립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영화를 만들지’ 고민하던 시대에서 우리의 공간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담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대가 열렸다. 지역적 소재나 주제, 지역과의 연결성과 관계성을 갖춘 작품들이 잇따라 제작됐다.

강릉 산불피해를 소재로 한 한원영 감독의 ‘울지않는 사자’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산불 이재민들의 고통을 담아내며 지역영화의 존재가치를 입증했다. 폐광한 장성광업소의 마지막 채탄부 6인의 이야기를 담은 김태일·주로미 감독의 ‘이슬이 온다’도 지역의 역사를 영화로 기록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접경지 주민들의 고난의 삶을 담은 이루리 감독의 ‘산행’과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다룬 한솔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환상극장’도 다수의 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사진 오른쪽부터) 김진유 감독과 김혜옥, 저스틴민, 공민정 배우. 작품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서 수상했다.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세계가 주목한 가장 강원다운 이야기

한적한 소양강변, 횡성의 소박한 슈퍼마켓, 정감 넘치는 강릉 주문진의 아파트. 강원의 일상을 담은 풍경들은 그 자체로 영화가 됐다. 지역과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담아낸 작품들은 강원 영화의 색채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며 다수의 수상을 이뤄냈다.

횡성의 작은 슈퍼를 배경으로 한 김소연 감독의 ‘로타리의 한철’은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 강원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작품에는 실제 슈퍼를 운영하는 김 감독의 할아버지와 가족들이 직접 출연해 지역성을 높였다. 김진유 감독의 ‘흐르는 여정’ 역시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서 수상했다. 고향인 강릉을 배경으로 작품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김 감독은 지역 기반 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한원영 감독의 ‘울지않는 사자’는 히로시마 국제영화제 그랑프리상, 강원영화제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국제적 관심을 모았다. 이윤지 감독의 ‘모모의 택배’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전주국제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받는 등 다수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9회 강원영화제에 참석한 강원 영화인들. 강원독립영화계는지난해 54개 작품이 46개 영화제서 상영되며 29회의 수상을 이뤄냈다.

■“언 땅 녹일 제도적 지원 필요”

도내 영화인들의 기록적인 성과에도 강원 영화계는 여전히 척박하다. 강원영상위의 제작지원을 제외하면 제작비를 마련할 지원책은 전무한 수준이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 구조가 없는 상황에서 영화인들은 생계를 위해 지역을 떠나고 있다. 지역영화 생태계의 붕괴를 막을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박주환 강원독립영화협회장은 “지난 10여 년 간 영화 인력 양성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지역 영화인들의 숙련도를 높이고, 경력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수도권에 비해 여전히 강원영화계의 제작 환경을 열악하다. 영화인들이 경력을 쌓고, 생계를 유지할 현장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제작 지원 구조 다변화를 통해 지역 영화인들의 유출을 막아야 하며, 기존 제작 현장에서는 도내 영화인을 일정 비율 고용하는 기준을 만드는 등 제도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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