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산불 위험=“겉으로 보면 산불이 났던 곳이라고는 믿기 어렵습니다.”
2026년 1월18일,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의 한 산자락. 1996년 국내 최초의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이곳은 30여년 만에 울창한 숲으로 다시 채워졌다. 겨울철임에도 산 입구부터 나무가 우거져 있었고, 임도를 따라 올라서자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능선을 따라 소나무와 활엽수가 자리를 잡으면서 생태계도 상당 부분 회복된 모습이다. 외형상으로는 당시 산불의 흔적을 쉽게 찾기 어려웠다. 산 일부에는 CCTV 등 감시 장비도 설치돼 산불 대응 시스템 역시 지난 30년간 강화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산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표정은 여전히 불안하다. “불은 언제든 다시 날 수 있고, 자칫하면 큰 불로 번질 수 있어요. 바람 한 번만 잘못 불면요.”
■1명이 축구장 300개 규모 산림 감시=18일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 고성 죽왕면에서 만난 이영탁(60)씨는 산을 가리키며 “건조특보나 강풍주의보가 내려지면 주민들이 수시로 산을 살핀다”고 전했다. 이어 “연기나 불씨가 보이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는 예전 방식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0년간 산불 모니터링 장비는 크게 늘었지만 사람 중심의 감시 체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산림면적이 5만㏊ 이상인 고성군은 올해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조기 운영하며 산불방지인력 223명을 배치했다. 산술적으로 1명이 200㏊ 이상, 축구장(7,140㎡) 300개 규모의 산림을 관찰해야 한다. 일부지역에 CCTV·감시탑이 설치돼 있지만 산악 지형 특성상 사각지대가 넓어 전체적인 감시는 쉽지 않다. 드론과 인공지능(AI) 기반 산불 감지 기술도 상시·전면적인 운영 체계로 정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방은 ‘뒷전’ 진화·복구에 쏠린 대응=매년 ‘양간지풍’의 강한 국지성 바람의 영향을 받는 강원 영동지역은 산불이 발생할 경우 가파른 산세와 낮은 도로 접근성으로 지상 진화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바람이 강해질 경우 헬기 진화도 불가능해지고, 일몰 이후에는 아예 헬기 투입이 중단되면서 야간 산불 대응도 크게 제한된다. 특히 산불 대응체계는 아직도 예방보다는 진화와 복구에 무게가 실려 있다. 2026년 산림청 예산 3조260억원 가운데 진화(헬기도입·운영 등)와 복구(산불피해지 복원 및 정비 등) 분야는 예산 항목과 집행구조가 비교적 구체적인 반면 조기 감지, 상시 감시, 확산 예측, 위험 지역 사전 차단 등 산불 예방분야는 독립된 항목조차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대형 산불을 줄이기 위해 감시·예측·통제가 결합된 예방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박수진 한국기후변화연구원 기후정책2연구실장은 “산불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재난이 아닌 발생하면 진압해야 하는 재난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예산도 진화와 복구 중심이다. 이런 구조로는 대형 산불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