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강원자치도, 수도권 폐기물 처리장 돼선 안 된다

춘천·원주·강릉 등 소각장 설치 제안 잇따라
지역 자치권·주민 건강권 침해하는 행위
자치단체, 적극 개입하고 조정하는 역할 해야

수도권 생활폐기물과 의료폐기물의 강원자치도 유입이 현실화되면서, 도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발생한 연간 5,000톤에 달하는 생활폐기물이 원주시의 민간 업체를 통해 처리되고 있고, 춘천·원주·강릉·철원·횡성·영월 등지에서는 의료폐기물 소각장 설치 제안서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반발이 소송으로 비화하는 등 심각한 사회 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폐기물 문제를 넘어, 강원자치도가 수도권의 환경 부담을 넘겨받는 ‘폐기물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사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도내 폐기물 처리시설이 수도권의 ‘배출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지방에 떠넘기는 구조적 문제이며, 지역 자치권과 주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특히 폐기물이 연료로 재활용된다고 하나, 이 과정에서의 대기오염, 냄새, 미세먼지 배출 등의 2차 환경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의료폐기물 소각장 문제도 심각하다. 도내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은 전국의 3% 수준에 불과함에도 도내 여러 지역에 소각장이 집중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도내 수요를 넘어 수도권 의료폐기물까지 처리하겠다는 사업자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의료폐기물은 특성상 감염성과 유해성이 높아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배출 우려가 크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건강권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폐기물 유입 문제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자치단체의 허술한 관리감독과 정책적 기준의 부재다. 지금과 같은 ‘민간 자율계약’이라는 이름 아래 방치되는 구조에서는 향후 더 많은 폐기물이 도내로 흘러들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원자치도는 폐기물 유입에 대한 일관된 기준과 절차를 수립하고, 도 차원의 환경정책 컨트롤타워를 통해 체계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

주민의 의사가 무시된 채 외지의 폐기물이 반입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이는 지역 자치와 환경 주권의 막대한 훼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 예방이다. 폐기물 관련 사업이 추진되는 초기 단계부터 자치단체가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환경영향평가 등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주민 반대→행정 무시→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지역사회를 갈등으로 몰아넣는다. 자치단체는 더 이상 이 사안을 민간과 주민 간의 갈등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공공의 책임 아래 적극 개입하고 조정하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 강원자치도가 수도권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전락하는 상황은 도의 미래 지속가능성과도 직결된 문제다. 청정 자연환경과 관광자원이 도의 핵심 성장 축임을 감안할 때, 환경 리스크가 커질수록 지역의 경쟁력은 그만큼 약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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