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군 소음’ 피해 보상, 주민 생존권 차원서 접근을

하루 기준 887원 수준, 현실 반영하지 못해
장기적으로 군사시설 이전·훈련방식 개선해야
오염·화재 가능성 대응 시스템도 정비를

강원특별자치도 곳곳에 자리한 군사시설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수십 년째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헬기 소음과 진동, 사격장 폭발음, 훈련 중 사고 위험 등으로 일상이 위협받고 있는 주민들은 생존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으나, 정부의 대응은 형식적인 보상금 지급에 머물고 있다. 이는 공공성과 국가안보라는 명분 아래 주민의 피해를 사실상 방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춘천 신북읍 율문리처럼 군 항공부대 인근 마을은 비행기와 헬기의 저공 비행으로 인한 극심한 소음과 진동에 하루하루 시달리고 있다. 주택 외벽이 갈라지고, 난청과 어지럼증을 토로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헬기 추락사고까지 발생한 전력이 있는 만큼, 이는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안전과 생명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강원자치도의 사격장 인근 지역도 마찬가지다. 오탄·유탄 사고에 대한 불안, 유리창 파손, 산불 위험, 학습권 침해 등 군사훈련으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는 데 있다. 군소음보상법에 따라 지급되는 보상금은 월평균 2만6,900원, 하루 기준 887원 수준으로 사실상 상징적 보상에 그친다. 국가안보라는 공익을 이유로 군사시설을 유지한다면 그에 따른 민간의 피해는 국가가 책임지고 실질적으로 보상하는 것이 당연하다. 더욱이 현재 보상기준은 과거 판례를 토대로 한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한계)에 의존하고 있어 주민들이 체감하는 피해 수준과는 괴리가 크다. 군부대의 공공성은 부정할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이로 인해 특정 지역 주민들에게만 과도한 피해를 전가한다면 이는 명백한 불균형이며, 헌법상 보장된 생존권과 환경권에도 위배된다. 정부는 피해 주민들이 단지 ‘감수’해야 할 존재가 아닌, 국가안보를 함께 떠받치는 동등한 주체임을 인식해야 한다. 보상금의 현실화는 물론, 피해 기준과 범위를 정밀하게 재설계하고, 주거 환경 개선 및 의료 지원 등 종합적인 생활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군사시설의 이전이나 훈련 방식의 개선도 검토돼야 함은 물론이다. 도심과 인접한 군 비행장의 경우 민간공항과의 병행 사용을 제한하거나, 훈련시간 조정 및 소음 저감 기술 도입을 통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사격장 주변에는 출입 통제와 훈련 일정의 사전 고지를 보다 철저히 이행하고, 오염·화재 가능성에 대한 대응 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 강원자치도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희생을 감내해 온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제는 국가가 그 희생에 합당한 책임을 다할 때다. 단순한 행정적 보상금 수준에서 벗어나, 주민 생존권 보장의 차원에서 군 소음과 피해 문제를 재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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