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공공기관 지방 이전, 공정한 기회 보장돼야 한다

정부, ‘통합특별시''에 인센티브 부여 방침
국토 균형발전 취지 무색·지역 간 갈등 조장
국가 자원이 형평성 잃으면 국민통합 못 이뤄

수도권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강원특별자치도가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정부는 광역통합을 추진 중인 광주·전남, 대전·충남 등에 이른바 ‘통합특별시’ 인센티브를 부여해 공공기관을 우선 이전시키는 방침을 세웠고, 이에 따라 강원자치도는 유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했다. 이는 지역 간 갈등과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국가 정책의 기본 취지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 수는 약 350개에 이르지만 고용 규모와 지역 파급력이 큰 ‘핵심 기관’은 한정돼 있다.

게다가 각 시·도가 제출한 유치 희망 기관 리스트는 상당 부분 중복되고 있다. 대전은 코레일네트웍스와 한국국방연구원을, 충남은 한국환경공단과 환경산업기술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들 모두 강원자치도가 유치하려는 기관이다. 특히 농협중앙회와 대한체육회는 고용 규모와 상징성이 크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 강원자치도가 수년간 공들여 온 기관들인데 최근 통합특별시로 분류된 광주·전남이 유치 우선권을 확보하게 되면서 강원자치도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전 전략이 지역 간 공정한 경쟁보다는 ‘통합 여부’라는 조건에 따라 혜택을 차등 적용하는 데 있다. 지역 통합을 장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정책의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자원의 분배가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게 되면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진다.

강원자치도와 전북 등 비통합 지역이 공동성명을 통해 “모든 지역이 공평한 기회 속에서 도약할 수 있도록 투명한 원칙에 기반한 배분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원자치도는 국방, 과학기술, 환경 등 분야에서 타 지역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통합특별시 인센티브 앞에서는 ‘동등한 경쟁’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선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방의 자립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핵심인데, 특정 지역에만 집중적 혜택이 돌아가면 ‘신(新)수도권 집중’이라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한다.

정부는 ‘5극 3특 전략’을 내세워 전국을 다극화된 성장 축으로 재편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 취지에 걸맞아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시설 이전이 아닌, 지역 인프라 확장과 정주 여건 개선, 일자리 창출 등 복합적인 효과를 내는 중대한 정책이다. 따라서 이를 특정 지역의 정치적 동력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듯한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확한 원칙과 투명한 절차다. 국토교통부는 각 지역의 이전 전략 수립을 위한 용역 결과와 유치 희망 기관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정책 결정의 최종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부족하다. 강원자치도를 비롯한 비통합 지역들도 공정하게 경쟁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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