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영남지역에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입천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 헬기 수십 대를 투입하며 이틀째 큰불을 잡아내 지난해 경북산불 악몽 재현을 차단했다.
산불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지난해 경북산불 초기 상황과 같이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지는 모습을 보여 지역 주민들이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8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40분께 경주시 문무대왕면 입천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9시 31분께 직선거리로 11㎞ 떨어진 양남면 신대리 야산에서도 산불이 나고 있었다.
소방 당국은 산불이 발생한 두 지역 일대 7∼8㎞ 이내에 월성원전 국가산업단지와 세계유산인 석굴암·불국사 등이 있는 것을 고려해 연소 확대 저지 차원에서 소방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산림 당국도 8일 오전 5시 30분께 산불대응 1단계를 내리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문무대왕면 산불은 순간최대풍속 21.6㎧의 강풍을 타고 번지며 산불영향구역이 다섯배 불어나고 진화율은 60%에서 23%로 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송전탑과 전선들도 헬기 기동을 어렵게 해 진화를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소방·산림당국은 산불이 번지자 국가소방동원령을 두차례 발령하며 대구, 대전, 울산, 강원, 충남 등 5개 시도 119특수대응단 장비와 헬기 45대, 진화장비 139대, 인력 523명을 투입한 끝에 이날 오후 6시께 주불 진화 완료를 선언했다.
산불이 발생한 지 20시간 20분 만이다.
주민들은 이번 산불이 지난해 강풍을 타고 경북 시군을 휩쓸었던 경북산불 초기와 같은 양상을 보이자 불안에 떨기도 했다.
산림당국은 이번 화재에 따른 산불영향 구역은 축구장 약 76개 면적에 해당하는 54㏊, 화선은 3.7㎞로 각각 집계했다.
산림 당국은 일몰 후 현장에 특수진화대를 포함한 인력 402명과 산불 진화차 등 장비 56대를 투입해 잔불 진화체계로 전환한 상태다.
한편 국가 소방동원령이 발령된 문무대왕면 산불의 발화 원인으로 송전탑 스파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문무대왕면 산불과 관련해 인근 주민이 "송전탑에서 '펑'하는 소리가 난 뒤 송전탑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발화 지점인 문무대왕면 입천리 마을 바로 위에 설치된 송전탑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경주시 관계자는 "불이 발생하자마자 현장에서 만난 입천리 마을의 한 어르신으로부터 '송전탑에서 큰소리가 난 뒤 불이 나는 것을 봤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며 "'펑 소리가 나서 밖으로 나와 보니 불이 송전탑에 붙어 있었다'는 진술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마을이 송전탑 바로 아래에 자리 잡고 있어 주민들이 송전탑에서 발생한 소리와 불꽃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주시 산림과는 산불이 진화되는 대로 송전탑 스파크 여부 등 산불 전후 관계를 조사할 방침이다.
산불 원인이 송전 설비로 확인될 경우 송전 시설 관리 주체인 한전의 관리 책임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 측은 "최초 산불이 송전탑에서 시작됐는지, 아니면 또 다른 원인으로 산불이 먼저 발생한 뒤 송전탑으로 옮겨붙었는지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전탑에서 스파크가 발생했는지가 원인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없다"며 "스파크 발생 시각은 한전 본사에서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