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개발과 보존의 기로에서 균형이란 답을 찾다. “영랑호 관광단지 조성”

이병선 속초시장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은 양극단의 중간에 있으며 과함과 부족함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예컨대, 용기는 무모함과 비겁함, 친절은 아첨과 냉담 사이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극단을 피하고 조화와 균형을 꾀하는 미덕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삶의 지혜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필자는 이러한 가르침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영랑호를 둘러싼 개발과 보존, 양극의 대립 때문이다. 영랑호는 1976년 유원지로 도시계획이 결정된 후 반세기 동안 실질적인 정비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해 6월까지 개발이 이행되지 못할 경우 도시계획은 실효될 예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전체 면적의 약 76%를 차지하는 사유지의 난개발을 방지할 제도적 안전망 또한 사라지게 된다. 시민의 안식처 영랑호가, 개별 토지주의 이해관계로 조각날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차도와 보행로가 혼재된 영랑호는 보행자 안전에 상시적 위험이 존재했고, 일방통행로와 부족한 진입로·주차 공간 역시 시민 불편을 가중시켰다. 2019년 발생한 산불로 소실된 건축물이 수년째 방치되면서 호수 경관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었다. 이제 영랑호는 더 이상의 현상 유지가 아닌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비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속초시는 영랑호의 위기를 해소할 능력과 의지를 갖춘 투자자를 찾아 나섰다. 민간 투자 승인 조건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영랑호의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는 친환경적 개발이어야 할 것. 둘째는, 그간의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 영랑호를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리는 공익적 개발이어야 할 것. 그렇게, 수개월의 협의와 설득을 통해 1조300억 원 규모의 관광단지 조성 계획이 마련되었다.

먼저, 보도와 차로를 분리해 안전한 수변 산책로를 조성한다. 아울러, 양방통행로와 추가 진출입로, 주차장 등을 확충해 교통편의를 개선한다. 보도와 차로 사이에는 완충녹지를 확보해 경관 품질과 생태보전 기능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북부권과 연결되는 영랑교 방향으로는 문화시설을 집중 조성해 주민 만족도와 관광 기능을 동시에 높인다. 영랑호 관광단지는 단순한 개발을 넘어,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상생의 청사진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본 사업이 공공개발로 추진되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영랑호 사업 규모는 우리시 1년 예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공공개발로 사업을 추진하려면 사유지에 대한 막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시가 자력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영랑호의 사유화를 우려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영랑호는 애시당초 전체 면적의 76%가 사유지였고, 필자는 토지의 소유권 보다 토지의 효용이 어디로 향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랑호 사업을 통해 연 2,000 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과 6조2,000억 원 규모의 경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덧붙여, 분산된 개인보다 조직화 된 단체가 통제와 관리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속초시는, 사업의 기대효과가 오롯이 시민사회로 환원될 수 있도록 공공성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강이 부유물을 실어 나르면, 호수는 이를 덤덤히 받아들인다. 시간이 흐르면, 불순물은 가라앉고 마침내 맑은 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수용과 여과의 지혜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이름 아래 뒤섞인 오해와 감정을 가라앉히고, 공동체에 꼭 필요한 본질적 가치만을 남겨야 한다. 극단이 아닌 균형을 지향하는 태도. 개발과 보존의 기로에서 상생의 길을 찾는 지혜. 영랑호의 내일, 속초의 지속 가능한 미래는 바로 그 위에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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