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중앙정부의 안일한 관사운영 가이드라인, 해법은 지역에 있다

신지헌 강원특별자치도청 노조위원장

관사(官舍)는 단순한 숙소로 출발하지 않았다. 조선 시대 관찰사와 지방 수령이 부임하며 머물던 관사는 생활과 행정이 맞닿아 있는 종합 행정 무대였다. 관사는 관아와 한 울타리 안에 배치돼 있었고, 문서가 오가고 민원이 접수되며, 정치와 행정이 함께 논의되는 공간이었다. 때로는 시문과 학문적 영감까지 머무르는 곳으로, 생활·정치·문화가 분리되지 않고 한데 어우러진 장소였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공무원 관사’의 뿌리는 바로 이 역사 속에서 비롯되었다.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했던 송강 정철은 이러한 관사의 의미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1580년, 선조 13년 정월. 정철은 원주에 부임해 관사에서 지내며 강원도의 산천과 민심을 직접 살폈다. 그는 관사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관동팔경과 금강산을 두루 유람하며 감흥을 쌓았다.

그 여정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조선가사문학의 걸작 관동별곡이다. 관사는 그만큼 행정·문학·인간의 삶이 겹겹이 쌓여온 역사적 공간이었다.

최근 관사는 본래의 의미를 잃고 정쟁의 도구가 되고 있다. 고위직 관사 사용 논란에서 출발한 여론이 어느새 3급 이하 직원이 생활하는 관사로까지 확대되며, 논점이 크게 왜곡되고 있다. 특히 국회 한병도 의원실의 문제 제기 이후, 행정안전부는 전국 자치단체에 관사 운영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그 내용은 단체장 관사 폐지, 1·2·3급 관사 통합, 전기·수도·가스·인터넷 비용의 전면 자부담 등을 포함하고 있다. 행안부는 권고사항이라고 설명하지만, 뒤이어 예정된 이행점검과 향후 감사 적용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강제에 가깝다.

문제는 이 기준이 강원도의 현실과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원도는 넓은 면적과 산악지형, 벽지 사업소가 많고, 도시가스조차 공급되지 않아 등유 난방에 의존하는 지역이 적지 않다. 외청·사업소 직원들은 가족과 떨어져 좁은 관사에서 홀로 생활하며, 금요일 저녁이 되어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미 출·퇴근만으로도 매달 20~30만 원의 유류비가 들어가고, 여기에 전기·수도·난방·인터넷까지 자부담한다면 40~50만 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이것은 단순한 비용 증가가 아니라, 생활의 기반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결국 행정안전부의 일률적 지침은 현실을 모르는 채 잣대만 들이대는 무지성 행정이 된다. 그 부담은 조직의 가장 말단에서 묵묵히 지역을 지키는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관사는 강원도의 현장을 버티는 공무원에게 있어 최소한의 생계 기반이다. 중앙이 지역의 사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은 채 만들어낸 지침은 현장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관사는 앞으로도 분명 필요하다. 그 이유는 단순한 편의성 때문이 아니다. 관사는 행정·정치·군사·문화가 교차하는 복합 공간이며, 광역행정을 책임지는 도지사의 안전과 보안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기반 시설이다. 미래의 관사는 폐지할 대상이 아니라, 지역 현실을 반영해 더 정교하게 재해석해야 할 공간이다.

중앙정부는 자치분권 시대에 걸맞게 지역 특성·지형·기후·사업소 분포·근무 형태 등을 분석해 차등 운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강원도처럼 광역·산악 지형이 많은 지역은 원거리 근무자와 장기 파견 인력에게 관사 운영비를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정치권 역시 관사를 더 이상 정쟁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쟁의 충격은 결국 말단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기준은 현실을 왜곡할 뿐이며, 지금 필요한 것은 폐지가 아니라 합리적 개선과 지역 맞춤형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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