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막장드라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전명록 태백주재 차장

'막장드라마'는 보통 사람의 상식과 도덕적 기준으로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의 드라마를 일컫는다.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허구이지만 때때로 현실에서는 이런 막장드라마보다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가 펼쳐지고는 한다. 정부의 장성광업소 지하갱도 수몰 방침은 지역사회의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태백 지역사회에 말할 수 없는 충격을 안겨줬다. 수십일째 장성 탄탄마당 야외투쟁본부에서 '수몰 반대'를 외치는 태백시민들의 모습은 이러한 '믿을 수 없다'는 의식의 발로다.

막장드라마의 '막장'은 부정적인 의미로 흔히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태백 등 석탄산업전환지역(폐광지역)에서는 특히 사용에 조심해야 하는 말이기도 하다. 지하 수백m, 30도를 오르내리는 탄광의 맨 끝부분인 막장은 광부에게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땀흘려 일하던 숭고한 삶의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광부가 매몰 등으로 순직, 태백에서만 4,000위가 넘는 순직산업전사의 위폐를 모시고 있기도 하다.

1960년대 이후 경제 개발과 맞물려 국내 최대 석탄 생산지가 된 태백은 인구 13만명이 넘는 도시였지만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시행 등으로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2026년 1월 현재 3만6,972명으로 반세기도 안돼 4분의 1가량으로 축소됐다.

지역사회는 1936년 개광 이후 88년간 운영된 국내 최대 규모의 석탄 생산지인 장성광업소가 2024년 조기 폐광되며 지역 산업기반의 큰 축을 잃고 대체산업 유치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2025년 8월 '청정메탄올' 등 3,540억원 규모의 태백시 경제진흥 개발사업 예타 통과, 11월 6,475억원 규모의 태백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의 예타 면제 등 1조원대 대규모 국책 사업이 추진되며 다시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던 도시에서 석탄이라는 성장 동력을 잃고 쇠퇴하다 다시 대체산업이라는 출구를 찾는 한편의 역전 드라마와 같은 모습은 시민들에게 다시 희망을 불어넣기 충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백시를 비롯한 지역사회는 과거를 딛고 미래를 보기 위해 태백의 기억이자 대한민국 산업화 역사의 증거인 장성광업소를 미래에 남기기 위해 다양한 활용 방안을 찾아왔다.

하지만 산업통상부와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장성광업소의 광해 복구를 위해 해발 480m(지하 약 120m)에 수중펌프를 설치, 수위를 조절하며 갱내수의 유출 지역 및 피해 예상지역에 수질정화시설 조성 등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순차적으로 장성광업소의 지하갱도를 수몰하겠다는 방안이다.

지하갱도의 수몰이라는 정부의 방침은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다시 물밑에 잠기게 했다. 수직 1㎞의 국내 최장 수갱(수직갱)과 수평 지하갱도 등 탄광유산이 모두 실질적인 활용가치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주민과의 소통 없이 진행된 정부의 이 같은 막장드라마적인 행태에 지역사회는 즉각 장성광업소 수몰 반대 투쟁위원회를 구성, 가처분신청과 함께 장외투장에 나섰다. 반투위는 오는 12일 태백시민총궐기를 시작으로 가처분 재판이 시작되는 오는 23일 원주에서도 대규모 단체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통상 막장드라마는 비상식적이고 개연성 없는 전개로 욕을 먹지만 때때로 '사이다 엔딩'으로 결말을 짓기도 한다.

장성광업소 지하갱도가 장성 주민은 물론 태백시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결말로 끝맺을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

강원일보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