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독립을 꿈꾸던 춘천중(현 춘천고) 학생들의 억울한 옥살이가 ‘춘천중 학생 치안유지법 위반 사건’ 판결문을 통해 84년 만에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옥중에서 생을 마감하거나 해방이 될 때까지 수감 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이들의 가혹한 형벌 실상이 비로소 기록으로 드러났다.
춘천중 학생 치안유지법 위반 사건은 1941년 3월23일 당시 춘천중 학생들이 경찰에 대거 연행되며 24명이 퇴학 처리를 당하고, 같은해 11월 일제 검찰에 의해 12명이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본보가 김동섭 한림대 객원교수로부터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경성지방법원 형사제2부(재판장 川崎猛)는 1942년 5월19일 춘천중 학생 12명에게 치안유지법, 육해군형법 위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3개 법령을 적용했다.
김영근·심재진·권혁민·이광훈은 치안유지법과 육해군형법 위반(징역 1~3년), 폭력행위 등 위반(징역 6월~2년) 등 3개 법령 위반으로 두 건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는데 형량을 합산하면 최대 5년에 달했다. 원후정도 치안유지법(징역 1년~3년) 등에 관한 법률위반(징역 6월~2년)으로 같은 형을 선고받아, 1945년 해방이 이후에야 서대문형무소에서 풀려났다. 이란·윤익섭은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1~3년을, 최규대는 육해군형법 위반으로, 고제훈·박영한은 폭력행위 위반으로 각각 징역 6월~2년 이하를 선고 받았다. 임도식은 무고죄로 징역 10월~2년 이하가 선고됐다.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1941년 교내에서 열린 검도시합이다.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일본인 학생들이 우승하자, 한국 학생들은 일본인 교련 교관 집을 습격하고, 춘천역 앞에서 열린 모의 시가전에서 연막탄이 터지는 순간을 이용해 일본인 학생들을 죽도로 응징했다. 당시 학생들은 민족주의에 관한 책을 읽고,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영화 ‘민족의 제전’ 등을 보면서 민족적 자부심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확인된 판결문은 형량의 가혹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통상 재판 전에 투옥된 기간을 인정해 형기를 산정하는데 이 사건은 1년이 넘는 미결수 기간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구속된 12명 가운데 이광훈과 고웅주는 고문 후유증과 영양실조로 옥사했다.
김동섭 교수는 “제2의 상록회 사건, 독서회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그동안 판결문이 확인되지 않아 죄목과 형량이 자료마다 엇갈렸다”며 “최근 당시 형사기록 가운데 판결문 일부를 발견해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으로 구속됐던 권순석 선생은 이번 3·1절에 대통령 표창이 추서됐다. 철원 문혜초 출신 권순석 선생은 춘천중 4학년 때 퇴학 당하고 8개월여간 옥고를 치른 뒤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