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변방에 놓인 교육감 선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읽어주는 뉴스

이하늘 문화교육부 차장

세종대왕은 혼자 빛나는 왕이 되기를 택하지 않았다. 그는 집현전을 설치해 젊은 학자들을 모아 끊임없는 토론과 연구를 장려했다. 왕이 모든 답을 내리는 대신, 묻고 토론하며 축적된 지식이 국가의 힘이 되도록 설계했다. 한글 창제 역시 세종대왕 한 사람의 번뜩임이 아니라 길러진 학자 집단의 축적된 역량 위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세종의 위대함은 권력을 행사한 데 있지 않고 사람을 키우는 환경을 만든 데 있다. 권력은 임기 안에서 끝나지만, 길러진 사람은 다음 시대를 만들어나간다.그래서 사람을 기르는 자리를 선택하는 일은, 그 어떤 자리 보다도 더 무거운 선택일 지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사람을 기르는 자리를 얼마나 진지하게 선택하고 있는가. 지방선거의 열기 속에서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 선거는 늘 조용하다. 아니 조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같은 날 치러지는 선거 가운데 가장 뜨거운 곳은 대개 도지사 자리다. 정당의 공천과 조직, 중앙 정치의 지원이 함께 얽히면서 도지사 선거는 거대한 정치 이벤트가 된다. 반면 강원의 교육을 책임질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경쟁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보도량도 정책 검증의 깊이도, 유권자의 관심도 도지사 선거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 그 이유는 선거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금지돼 있다. 교육 분야 만큼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는 제도적 취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후보의 성향이 진영 구도로 해석되고, 정치권 인사들의 지원도 이어진다. 정당 없이 선거에 맨몸으로 뛰어들어도 교육감 선거에도 '정치'는 있는 현실이지만, 정당은 공식 책임을 지지 않으니 정책 플랫폼과 조직적 토론도 약하다.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정교하게 제시되지 못 하다보니 관심이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기호도 없고 투표용지에 적히는 후보들의 이름 순서도 다르다보니 '1번 찍으세요' '두번째 칸 찍으세요' 식의 선거운동도 할 수 없다.

그렇다보니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갔어도 교육감 선거 투표는 포기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강원도내 선거인 77만명이 투표소를 찾았지만 6만명은 교육감 후보 선택을 포기했다. 무효투표수는 7.6%에 달했다. 반면 같은 날 치러진 강원특별자치도지사 선거의 무효투표수는 1만5,000표에 그쳤다. 무효투표수 비율이 도지사 선거(2%)보다 3배 이상을 웃돈다. 단체장에 비해 유권자의 관심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2년 지방선거 이후 실시한 3차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에서도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광역단체장(74.1%)·기초단체장(71.3%)은 70%대의 관심도가 높게 나타난 반면 교육감 선거는 43%에 그쳤다.

강원교육의 수장 자리는 무거운 자리다. 학령인구 감소와 소규모 학교 통폐합, 농어촌 지역의 공동화는 이미 진행형이다. 교육은 복지의 한 항목이 아니라 지역 존립과 직결된 과제다. 한 학교의 존폐는 한 마을의 존속과 맞닿아 있고, 한 세대의 교육 수준은 지역의 미래 산업과 인구 구조를 결정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교육감 선거를 지방선거의 변방에 두고 있지 않은가.

당장 제도를 바꾸기 어렵다면, 우리가 교육을 바라보는 무게부터 달라져야 한다. 내가 지금 아이를 다 길러냈더라도, 길러낼 아이가 없더라도 우리 사회의 미래를 가꿔나가는 일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관심을 둬야한다. 세종이 집현전을 세운 것은 당장의 치적을 쌓기 위함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준비하기 위한 제도적 선택이었다. 교육감 선거 역시 강원의 다음 세대를 설계할 사람을 고르는 자리다. 6월3일, 우리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누굴 선택하던지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

강원일보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