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장대한 분노'(Epic Fury)라는 작전명으로 시작된 미군의 대(對)이란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돌파했다.
4일(한국시간) 원/달러 환율은 한국시간 오전 2시 서울 외환시장 주간 거래 종가 대비 19.6원 급등한 달러당 1,485.7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가파르게 상승 폭을 키우다가 뉴욕증시 개장 30여분 후인 한국시간 4일 0시 5분께 달러당 1,500원을 넘겼다.
원/달러 환율은 이후 장중 한때 1,506원 가까이로 치솟았다가 다시 1,500원 선 밑으로 반락한 뒤 1,490원선 아래에서 거래를 마쳤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26.4원 오른 1,466.1원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초 달러당 1,600원 선 목전까지 오른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들어서도 달러당 1,480원선대로 오르며 1,500원선 근접을 시도했으나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정책 수단에 막혀 1,500원 돌파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에 따른 불안감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주간 대비 거래량이 적은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이 단시간에 급격히 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란이 전날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한 가운데 국제 유가 급등이 에너지 수입국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란 전망이 원화 가치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대이란 공격 개시 이후 글로벌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다른 주요 통화들도 달러화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3일 미 동부시간 오전 9시 50분(한국시간 3일 오후 11시 50분)께 99.33으로 전장 대비 0.96% 올랐다.
달러화 가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작전 개시 이후 2거래일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시간 달러화에 견준 유로화 가치는 같은 시간 달러당 1.157유로로 전장 대비 1% 하락했고, 달러화에 견준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달러당 1.329파운드로 전장 대비 0.8% 하락했다. 호주 달러 가치는 달러당 전장 대비 1.5% 급락했다.
달러화 강세에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국제 금값 역시 큰 폭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5천89.4달러로 전장 대비 4.2% 급락 거래됐다.
고유가 위기와 함께 인플레이션의 상승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 개장 무렵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11%로 전장 대비 5bp(1bp=0.01%포인트) 상승 거래됐다.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위험회피 심리가 커진 가운데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국채 가격 하락)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동 위기 격화로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커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추가 금리 인하를 중단할 것이란 기대가 커진 게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주요국 중앙은행 인사들도 중동 위기발 인플레이션 재가속 위험을 우려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필리프 레인 유럽중앙은행(EC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은 단기적으로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한다"며 "이 같은 분쟁이 경제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투자 콘퍼런스에서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내리면 적절하다고 예상했으나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그런 확신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인플레이션에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현재 지정학적 이벤트를 고려할 때 우리는 더 많은 데이터를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월가 주요 인사들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뉴욕증시가 중동 불안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시장에 안일함이 팽배해 있다"라고 우려하면서 인플레이션이 '파티장의 스컹크'가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3% 언저리에서 멈춘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비, 건설비, 보험료, 임금이 모두 오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중대한 문제이고, 단순히 유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된 케빈 워시가 의회 인준을 무사히 마쳐 오는 5월 새 연준 의장으로 취임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노동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부분의 연준 위원은 추가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중동 분쟁 재발로 촉발된 4년 만의 최대 유가 급등세 역시 이들의 신중론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석유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5월 인도분 기준)은 이날 미 동부시간 오후 1시 30분께 전장 대비 5.4% 오른 배럴당 81.96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배럴당 85달러대까지 오르며 지난 2024년 7월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군사작전이 종료하면 유가가 정상화될 것이라며 고유가발 물가 상승 우려를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양자 회담에서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잠시동안 유가가 조금 높을 수는 있겠지만, 이 일이 끝나자마자 유가는 내려갈 것이고, 심지어 이전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나흘째 이어지는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으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에브라힘 자바리 장군은 "호르무즈 해협은 이제 폐쇄됐다"며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을 침몰시키고 단 한 방울의 석유도 수출되지 못하게 막아 국제 유가를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게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