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의 모든 활동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안전수칙은 구명조끼 착용이다. 어민과 선원, 낚시객 등 바다에서 일하고 즐기는 사람들에게 구명조끼는 단순한 장비가 아니다.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생명을 지켜주는 마지막 생명선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조업에 방해가 된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구명조끼 착용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는 단속이 있을 때만 잠시 입거나 출입항 시에만 형식적으로 착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제도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 2025년 10월부터는 2인 이하 소형 어선의 구명조끼 착용이 의무화됐다. 그리고 오는 7월 1일부터는 모든 어선에서 외부 갑판에 있는 사람은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
법이 강화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다에서의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동해해양경찰청 관내 해양사고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사고자 437명 가운데 78%인 341명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 특히 사망자 84명 중 96%에 해당하는 80명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 구명조끼 한 벌의 차이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실제 사례도 있다. 올해 1월과 2월 삼척과 독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어민들이 바다에 추락했지만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반면 지난 2월 20일 대진항 인근 해상에서는 다른 일이 있었다. 혼자 조업하던 70대 선장이 실수로 바다에 빠졌지만 구명조끼 덕분에 물 위에 떠서 버틸 수 있었다. 결국 약 1시간 뒤 인근에서 작업하던 어선 선장에게 발견돼 무사히 구조됐다.
이처럼 구명조끼는 바다에서 ‘안전벨트’와 같은 존재다. 특히 강원도는 혼자 조업하는 어선이 많고 어민들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바다에 떨어지면 스스로 다시 배에 올라오기 어려운 환경이다. 대부분의 어선에는 안전 사다리가 없어 바다에 빠지면 구조가 올 때까지 버티기 쉽지 않다. 이때 구명조끼는 몸을 물 위로 띄워 구조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유일한 생명 보호 장비가 된다.
동해해양경찰서는 인명사고 예방을 위해 단속과 함께 구명조끼 착용 생활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민 스스로의 인식 변화다. 구명조끼 착용은 법적 의무 이전에 나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기 때문이다.
과거 자동차의 안전벨트도 처음에는 불편하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차에 타면 자연스럽게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이 당연한 습관이 됐다. 바다에서도 이런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대진항 인근에서 추락한 어민을 구조했던 한 선장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이제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으면 오히려 허전합니다.”
바다로 나서는 모든 분들께 당부드린다. 구명조끼 착용은 번거로운 절차가 아니라 해상 활동의 시작이다. 우리 가족의 행복과 안전한 조업 환경을 위해 바다로 나갈 때는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문화가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김환경 동해해양경찰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