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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토건선거(土建選擧)는 지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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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춘 강원대학교 명예교수(자치행정학과)

◇신승춘 강원대 명예교수(자치행정학과)

20세기의 발전 패러다임은 효율성을 통한 개발과 성장이었지만, 21세기에는 그것이 더 이상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다양성과 개성의 발현, 힘의 국제질서, 급격한 기후변화, 에너지 및 자원 위기,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인공지능의 파급력 등이 삶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마디로 ‘하이퍼월드’(hyper world), 즉 상상과 경계를 뛰어 넘는 ‘초월적 세상’으로 몰아가면서 기존의 성장모델과 부의 방정식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중후장대(重厚長大)와 개발지상주의에 대한 욕구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선량(選擇賢良)을 뽑는 선거가 다시 눈앞에 다가왔지만, 오랫동안 개발위주의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는 선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초저출생과 인구 감소, 초고령사회 진입, 지역경제 침체 및 소상공인들의 아우성, 양질의 일자리 창출 한계 등으로 지방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 특히 지역공동체의 침체와 붕괴는 자본과 시장의 논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정치지도자들에 기인하기도 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시각효과와 전시효과가 큰 대형사업이나 SOC 같은 개발주의 공약을 서슴치 않는다. 공항과 항만 건설, 지하철 건설, 대형 랜드마크 건축, 대규모 신청사 건립 등은 바로 경제유발 효과를 앞세운 과시적인 시각주의 정치의 산물일 수 있다.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이 “도시는 시각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말했듯이, 시민들도 정치인들에게 시각적인 것을 자꾸 요구한다. 4년 임기의 선거용으로 급조된 공약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으면서도 실패한 사례로 꼽히는 인천의 ‘월미은하레일’이나 영암의 ‘F1경기장’은 대표적인 ‘토건선거’의 후유증이다.

더 큰 문제는 선거를 통해 정치인, 공무원, 건설업체, 전문가, 언론사 그리고 유권자까지 토건(土建) 패러다임의 공모자가 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들은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자니 개발과 건설사업을 경쟁적으로 공약하게 된다. 토건사업이 가장 확실하고 전시효과가 큰 경기부양책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강도 없는 곳에 다리를 건설하겠다는 ‘묻지마’ 공약을 남발하는 ‘토건선거’가 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지역내 정경유착을 통한 도덕적 해이와 이익 카르텔의 구조화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이러한 현상은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가 지적하는 ‘토건 시각주의’의 부산물이거나 ‘거대건축 콤플렉스’(edifice complex)에 해당한다. 물론 토건사업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주민생활과 산업활동의 인프라는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개발연대의 토건사업과 같이 당장의 달콤함으로 막연한 기대와 희망고문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휴먼웨어 중심의 정책개발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고유한 역사문화의 창달, 특화된 지연산업 육성, 향토지식재산 발굴과 보호, 창의인재 육성과 정주기반, 지속가능한 도시정비 등에 비중을 두고 지·산·학이 함께 촘촘한 디자인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심지어 성장지향보다 축소사회를, 외생적 의존성보다 내생적 발전을 더 고민해야 할 때다.

지방선거는 적확한 시대감각과 현실인식으로 토건중심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돌보는 인물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지방건설이 아닌 지역경영을 위한 시민과 유권자의 냉철한 안목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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