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둘러싼 전쟁이 2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해협의 자유 항행을 회복하겠다며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 섬 일부를 공습했고, 이란은 봉쇄 전략을 유지한 채 중동 내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세를 이어가며 맞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군이 하르그 섬을 공격해 군사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 지시에 따라 미 중부사령부가 중동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격 중 하나를 감행했다”면서도 “품위를 이유로 석유 인프라는 파괴하지 않기로 했다”고 적었다.
하르그 섬은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이다. 이번 공습은 이란이 막아선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재개하도록 압박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을 계속 방해할 경우 석유 인프라를 겨냥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즉시 재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군사적 압박 수위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일본에 배치돼 있던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과 제31해병원정대 소속 병력 약 2천500명이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현지 미군 5만 명과 합류해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이란의 지상 대함 미사일 제거 등 작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주한미군의 방공 포탄 일부도 중동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유조선 호위 작전도 임박한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련 질문에 “매우 이른 시점에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CNBC 인터뷰에서 이달 말께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호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유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내 항구 간 운송에 미국 선박만 투입하도록 한 존스법의 한시적 유예 가능성을 내비쳤고, 미 재무부는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판매를 승인하며 시장 충격 완화에 나섰다.
이와 별도로 미국은 이란 지도부를 겨냥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미 정부는 은신처에서 전쟁을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핵심 인사들에게 최대 1천만 달러(약 150억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란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첫 공식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유지하고, 적의 약점을 겨냥한 ‘제2 전선’ 형성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후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에서는 상선 피격이 잇따랐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걸프만 북부 이라크 해안에서는 유조선 2척이, 아랍에미리트(UAE) 해안에서는 컨테이너선 1척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아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피격 선박 가운데 미국 소유 선박 1척에 대해서는 IRGC가 직접 공격 주체라고 주장했다. NYT는 전쟁 발발 이후 걸프만에서 공격받은 선박이 최소 16척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미군과 동맹국을 향한 타격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서는 이란의 연이은 미사일 공격으로 미 공군 공중급유기 5대가 파손돼 수리 중이다. 개전 이후 파괴되거나 손상된 미군 공중급유기는 최소 7대로 늘었다.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구에서는 훈련 중이던 프랑스군 부대를 겨냥한 드론 공격으로 병사 1명이 숨지면서 유럽 병력 가운데 첫 전사자도 발생했다.
이란은 하르그 섬 공습 직후 추가 보복도 경고했다. 자국 석유·에너지 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중동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석유 기업들의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하겠다고 자국 매체를 통해 밝혔다. 이런 가운데 바레인 영토에서 이란 방향으로 미국산 M142 하이마스 미사일 2발이 발사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확전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바레인 정부는 자국군 개입을 부인했지만, 현지에 미 해군 제5함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군의 공격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걸프 국가 영토에서 이란을 향한 공격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충돌도 격화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는 수천 명이 모인 반미·반이스라엘 집회 ‘국제 쿠드스의 날’ 행사장 인근에 이스라엘의 폭격이 가해져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여성 1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부터 전투기 90대를 동원해 테헤란 내 IRGC 지역 본부와 바시즈 민병대 본부, 탄도미사일 개발시설 등 정권 기반 시설 200곳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맞서 이란도 모즈타바의 성명 직후 분쟁 이후 최대 규모의 미사일 공습을 감행했다. IRGC는 무게 1∼2톤에 달하는 탄도미사일 30발을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발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공방전 속에서 이스라엘이 전쟁 초기 내세웠던 ‘이란 체제 전복’ 목표에서는 다소 물러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이란 최고위 핵 과학자들을 제거하고 정권 핵심부를 타격했음에도 지도부 기능이 유지되고 있고, 민중 봉기를 기대할 여건도 형성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IRGC와 사복 민병대가 테헤란 주요 거리를 장악하며 시위를 강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개전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란 국민이 정권을 무너뜨릴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며 “무너지지 않더라도 훨씬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체제 전복보다는 군사력 약화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목표가 조정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 역시 당장의 정권 교체보다는 이란의 군사력과 핵 프로그램, 탄도미사일 무기고를 무력화하는 제한적 목표에 더 집중하는 흐름이다.
전면 충돌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3.14달러로, 전장보다 2.7% 오르며 심리적 저항선인 100달러를 이틀 연속 넘어섰다. 종가 기준으로는 2022년 7월 말 이후 3년 7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개전 이후 브렌트유 상승률은 42%에 달한다.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98.71달러를 기록해 10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와 에너지 인프라 파괴 가능성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팀은 브렌트유의 3월 평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앞으로 일주일 동안 이란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종전 시점에 대해서는 “내가 뼛속까지 느낄 때”라고 말했다. 미국은 공세 확대를 준비하고, 이란도 강경 대응을 거듭 천명하고 있어 당분간 전쟁 종식보다 전면전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