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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약속 어긴 교육부, ‘글로컬’의 이름으로 강릉의 희생을 강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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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호 강원대학교 강릉캠퍼스 총동창회장

지난 3월1일, 국립강릉원주대와 강원대는 ‘강원대’라는 이름으로 통합돼 국내 최대 규모의 국립대학 시대를 열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의 핵심 모델로서, 1도 1국립대라는 거창한 기치를 내걸고 출발한 이 거대 함선은 지금 장밋빛 미래가 아닌 불신과 소외의 짙은 안개 속을 항해하고 있다. 6만여 동문의 대표이자 강릉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통합의 설계자이자 감독관인 교육부의 무책임과 기만을 다음과 같이 강력히 규탄한다.

첫째, ‘캠퍼스 총장’ 법제화 약속, 교육부는 언제까지 함구할 것인가. 글로컬 사업을 추진해 통합 대학이 출범한 지금, 교육부의 그 당당했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아직도 법 개정의 기미는커녕 논의조차 지지부진하다. 현재 강릉캠퍼스를 책임지는 수장은 학칙상으로는 ‘총장’이라 불릴지언정, 법적으로는 아무런 권한도 보호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과거 강릉을 대표하던 국립대 총장의 위엄은 사라지고, 법적 근거 없는 ‘부총장’ 급의 모호한 지위만 남았다.

이는 명백한 교육부의 직무유기이며, 통합을 위해 지역 대학의 희생을 담보로 내걸었던 강릉 시민들에 대한 배신행위다.

둘째, ‘기울어진 거버넌스’의 위기, 수적 우위가 상생을 삼키려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향후 대학의 운명을 결정할 ‘대학평의원회’ 구성안에 관한 논의다. 현재 흘러나오는 안을 보면 총 30명의 평의원 중 춘천캠퍼스가 17명을 가져가고, 강릉·삼척·원주 3개 캠퍼스를 모두 합쳐 겨우 13명을 배정한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만약 이 안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통합’이 아니라 춘천에 의한 ‘흡수’이자 ‘정복’이다. 과반을 점유한 특정 캠퍼스가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에서 강릉의 특수성과 지역적 요구가 반영될 여지는 전무하다. 교육부는 이러한 불균형한 거버넌스 가능성을 방치하지 말고, 캠퍼스 간 균형을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즉각 제시해야 한다. 머릿수로 지역을 줄 세우는 방식은 민주적 대학 운영이 아닌 거대 권력의 횡포일 뿐이다.

셋째, 대학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지역의 ‘최후 보루’다. 강릉은 현재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이라는 가혹한 현실과 싸우고 있다. 대학은 단순히 건물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라, 우리 지역 청년들이 고향을 지키게 만드는 ‘댐’이자 지역 경제의 ‘심장’이다. 교육부는 대학 통합을 단순한 구조조정이나 경제적 효율성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강릉캠퍼스의 위상 약화는 곧 강릉 청년 인구 유출의 가속화를 의미한다. 교육부가 ‘글로컬’이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 숨어 지역 대학의 자율권을 뺏고 법적 지위마저 외면한다면, 이는 지역 소멸을 정부가 앞장서서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다.

이에 교육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교육부에 엄중히 경고한다. 더 이상 ‘검토 중’이라는 해명 뒤에 숨지 마라.

첫째, 교육부는 즉각 법 개정을 통해 ‘캠퍼스 총장’의 법적 지위와 독립적 권한을 명문화하라. 둘째, 지역별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는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원천 차단하고, 각 캠퍼스가 대등한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명령하라.

우리 총동창회는 모교의 이름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 역사와 긍지까지 내어준 것이 아니다. 만약 교육부가 지금처럼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며 강릉을 변방으로 몰아넣는다면, 우리는 20만 강릉시민과 6만 동문의 이름으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부는 ‘거대 통합 대학’이라는 외형적 성과에 취해 지역의 눈물을 외면하지 말고, 지금 당장 실질적인 대책과 법적 보장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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