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태양이 가장 높게 뜬 정오, 마을 교회의 종탑이 정오를 알린다. 흙먼지가 날리는 대로 한복판에는 두 남자가 서로를 마주 보고 대치 중이다. 손은 허리춤의 홀스터(Holster·권총집)를 맴돈다. 짧지만 영원 같은 긴장감 속에 총성이 울리고 한 명이 쓰러진다. 미국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하이 눈 결투(High Noon Duel)’의 전형적인 장면이다. 두 남자의 결투 장면은 일촉즉발, 절체절명의 ‘일대일’ 결투를 상징하는 클리셰가 됐다. ‘하이 눈’이라는 단어는 정오라는 의미와 함께 ‘결정적 순간’을 뜻하기도 한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와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각각 당의 단수 공천을 받으며 6·3 강원도지사 선거 대진표가 완성됐다. 서로 피할 곳도 없는 일대일 정면 대결이다. 강원도는 민주당 김경수 전 지방시대위원장과 박완수 경남지사가 대결하는 경남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먼저 대진표가 확정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선명성 경쟁, 계파 간 힘겨루기, 현역 컷오프와 불복 등 다양한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김진태와 우상호 모두 일찌감치 공천을 받으며 탄탄한 입지를 입증했다. 그만큼 각 당에서 강원지사 후보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강원도지사 수성을 노리는 김진태 지사, 탈환을 꿈꾸는 우상호 전 수석 모두 이번 선거가 절박하다. 우상호 캠프에 모여든 이광재·최문순 전 지사, 허영·송기헌 국회의원의 사람들은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대하는 진심과 간절함을 느끼게 한다. 김진태 지사는 춘천, 원주, 강릉을 순회하며 열리는 도정보고회에 몰려든 인파를 보고 울컥했다. 자신의 건재를 확인한 후 자연스럽게 표출된 절박함이었다. ▼양측은 이미 강원특별법 개정과 강원도청사 신축 이전을 이슈로 서로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아직 결정적 한 방은 나오지 않았다. 선거레이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외나무다리의 양 끝에 서 있는 두 사람의 ‘하이 눈’은 언제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