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제11회 서해수호의 날을 기리며

이석원 강원특별자치도 재향군인회장

가끔 모교를 방문할 때면 교정 한켠에 서있는 윤영하 소령 흉상을 보며 처연한 감회에 젖는다.

모범생이었던 학생!

해군사관학교를 나온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조국의 바다를 수호하고자 하는 웅지를 품고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청년 장교!

이 꽃다운 젊은이가 28세에 서해에서 장렬하게 산화하였다.

해군 참수리 357호정 정장으로서 서해를 수호하던 윤영하 소령은 2002년 6월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기습 공격을 맞아 싸우다 5명의 부하와 장렬하게 전사하였다.

적의 집중 사격으로 중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부하들을 지휘하여 비록 큰 피해를 입었으나 적의 도발을 저지하는 임무를 완수하고 전사한 것이다. 이른바 제2연평해전이다.

우리의 영토와 영해와 영공은 저절로 지켜진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우리 젊은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동해도 마찬가지겠지만 NLL이 쳐져있는 서해에는 끊임없이 도발이 이어졌다.

2010년 3월에는 천안함 피격으로 해군 장병 46명이 전사했고 2010년 11월에는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대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희생되었다.

우리 정부는 조국의 바다를 수호하다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에서 희생된 55명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기리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2016년부터 매년 3월 넷째 주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정하고 법정기념일로 지정하여 호국의지를 일깨우고 있다.

서해는 남북을 가르는 경계선이다. 북한의 군사적 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작은 사건 하나가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며 결코 평온한 바다가 아니다. 서해수호를 위한 우리의 여정은 평화가 얼마나 값비싼 희생 위에 지켜지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중동 지역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무력화하기 위한 미국의 공습은 국제 안보 지형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고, 이는 유가폭등 등 한반도의 경제와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은 신냉전 구도를 형성하며 전 세계적인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북한은 핵 보유를 선언하며 지속적으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빌딩에 포탄을 퍼붇고 초등학교에 미사일이 떨어져 어린 여학생 175명이 폭사하는 이란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두려운 마음이 든다. 우리도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보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며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뼈를 깎아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해수호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우리의 안보 의지를 다시 다짐하는 엄숙한 결의의 날이다.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는 단순한 감정에 그쳐서는 아니된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국가를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추모이며, 그들에 대한 가장 강력한 보답이다.

서해의 바다는 오늘도 변함없이 파도를 일으키고 있지만 우리는 그 파도 속에 고귀한 희생과 숭고한 정신이 담겨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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