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겁의 시간을 종이로 빚어내는 작가 전태원이 다음달 2일부터 30일까지 평창군 진부면에 위치한 진부문화예술창작스튜디오에서 ‘고향 평창군 초대전’을 선보인다. 작가가 중학교 졸업 후 미술 공부를 위해 고향을 떠난 지 60여 년 만에 여는 뜻깊은 전시다. 주제는 작가의 예술철학을 담은 ‘시공(TIME & SPACE)’.
평생을 천착한 작가의 예술적 사유가 집약된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의 순환과 생성·소멸의 법칙을 독창적인 언어로 승화한 현대미술의 정수를 만나 볼 수 있다. 그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시간의 흐름과 역사의 축적을 표현한 ‘돌(Stone)’과 ‘결(Wave)’ 연작이다. 작가는 종이에 인쇄된 책의 문자와 이미지들을 잘게 부수고 펄프 상태로 만든 뒤, 이를 캔버스 위에 켜켜이 쌓아 올려 돌의 형상을 만드는 독창적인 작업 방식을 선보인다.
가볍고 얇은 종이 조각들이 수많은 시간과 노동의 축적을 거쳐 가장 단단하고 무거운 바위로, 또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물결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인류 역사의 무게와 시공간의 밀도를 응축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종이라는 가벼운 소재로 무거운 바위를 만들어내는 역설적인 물성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강인한 생명력, 그리고 생성과 소멸의 법칙을 아름답게 은유하고 있다.
최근 작가가 집중하고 있는 ‘결’ 연작은 돌을 만들던 방식과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되, 흐르는 물결을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춘천 소양호의 서정적인 풍경 속에서 물결의 흐름을 발견한 작가는, 응축되고 결집된 역사인 ‘돌’의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끊임없는 연속과 과정으로서의 ‘결’을 층(Layer)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연의 묘사를 넘어 우주와 생명의 기운이 소용돌이치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담아낸 것이다.
권용택 전시기획자는 “60년 전 예술을 향해 평창을 떠난 소년이 반세기가 넘는 치열한 탐구 끝에 대지의 품으로 돌아오는 장엄한 기록”이라며, “종이로 만든 가벼운 바위 위에 지의류(이끼류)를 그려 넣어 공생과 생명력을 부여한 그의 작품은 억겁의 세월을 견뎌낸 고향 평창의 단단한 바위와 자연에 바치는 헌사”라고 말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한 작가의 예술적 여정을 풀어낸 이번 초대전은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사유의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달 4일 오후 4시 개막식 열리고, 18일 오후 2시에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마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