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피플&피플]최고조 가나대사 “강원도-가나 청년교류 만들고파”

춘천과 평창으로 이어진 강원과의 인연
경제적 협력보다 중요한 ‘사람’과 ‘관계’
사업가·주치의·외교관 관통한 삶의 원칙
한국·가나 수교 50주년, 미래 협력의 출발점

최고조 주한 가나대사가 25일 춘천시 동내면에서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신세희기자

“제 삶 자체가 한국과 가나를 잇는 다리였습니다. 이제는 개인의 인연을 넘어 국가와 국가를 잇는 길로 넓힐 기회를 얻었습니다. 제 목표는 단순합니다. 한국과 가나를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파트너로 만드는 것입니다.”

최고조 주한 가나 대사는 첫 한국계 아프리카 국가 대사로 임명돼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중학생 시절 가나로 건너간 그는 현지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두 나라를 잇는 외교관이 됐다. 흔치 않은 삶의 궤적을 지닌 그가 펼치는 외교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25일 오후, 춘천 동내면 와우 레스토랑에서 최고조 대사를 만나 강원도와 쌓은 인연과 앞으로 만들어갈 ‘특별한 협력관계’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이곳이 아빠가 태어난 고향이야”=춘천은 최 대사에게 출생지를 넘어 삶의 출발점으로 남아 있다. 소양강의 풍경, 샘밭교회 앞에서 찍은 가족사진, 닭갈비와 구곡폭포의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선명한 고향의 장면들이다. 그는 지금도 자녀들에게 춘천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다고 했다. 강원도와의 인연은 평창에서도 이어졌다. 최 대사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가나 선수단 부단장으로 개막식에 섰다. 서울올림픽 때 세계를 향해 손을 흔들었던 그가 30년 뒤 가나를 대표해 올림픽 무대에 선 순간은 잊지 못할 전율로 남았다. 최 대사는 “춘천에서 시작된 어린시절이 평창에서 세계와 연결됐고 이제는 가나 대사로서 한국과 가나를 잇는 길로 이어지고 있다”며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고향 춘천을 찾은 순간 내 삶의 이야기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원도와 가나,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최 대사는 강원도와 가나가 서로를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관계로 생각한다. 강원도의 강점이 청정 자연과 바이오 산업, 교육 인프라라면 가나의 가능성은 풍부한 자원과 젊은 인구,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있다. 특히 협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농업·식품가공, 바이오, 광물 산업 등을 언급했다.

다만 그는 경제적 협력보다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연결의 시작점으로 ‘자매결연’을 이야기했다. 강원도 춘천시와 춘천을 닮은 가나의 호호에(Hohoe)시가 자매결연을 맺는다면 관광, 환경, 교육, 스포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협력이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대사는 “한국의 기술과 가나의 자원이 만나는 지점에는 단순한 협력을 넘어 새로운 성장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확신하며 “관광, 환경, 교육, 스포츠, 청년문화 교류로 이어진다면 강원도와 가나는 함께 살아가는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고조 대사’를 만든 비결=최 대사가 가나에서 적응하는 일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고 문화도 몰랐던 소년이 현지 중학교에 입학해 생활해야 했다. 처음에는 놀림도 받았지만 친구들 틈에 섞여 들어가려고 노력했던 과정은 ‘언어’는 배울 수 있어도 ‘문화’는 결국 살아내야 한다는 깨달음을 남겼다. 성공한 사업가, 대통령 주치의, 그리고 외교관까지. 자리가 달라져도 늘 지켜온 삶의 원칙이 있었다. 한국에서 배운 근면, 성실, 정직이다. 그는 사업가로서는 현장을 지키며 신뢰를 쌓았고, 대통령 주치의를 맡기 전에는 3년 동안 한의사 자격을 준비하며 노력을 쏟았다. 최 대사는 “사업을 할 때에는 현지를 깊이 이해하고 파트너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신뢰를 쌓아왔다”고 소신을 밝히며 “삶의 기둥을 세우고 성실하게 살아온 끝에 사람이 남았고 그 사람이 새로운 기회로 연결됐다”고 전했다.

■한국·가나 수교 50주년 청사진=2027년은 한국과 가나가 수교 50주년을 맞는 해다. 1977년 태어난 최 대사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 해다. 그는 지난 50년이 양국이 신뢰를 쌓아온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실질적인 협력과 공동 성장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봤다. 가나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젊은 인구, 안정된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신흥경제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탄소배출권, 디지털 금융, 농업, 바이오 산업은 한국과 가나가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강원도 중소기업과 청년들에게도 가나는 기회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대사는 “한국-가나 수교 50주년은 다음 50년을 여는 출발점”이라며 “청년 교류와 학교 간 협력, 문화와 스포츠 교류를 통해 양국 국민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관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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