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가난은 어떻게 삶의 그늘을 만드는가

◇최계옥 作 ‘편의점이 보이는 거리’

강원일보 신춘문예 출신 최계옥 소설가가 단편 소설집 ‘편의점이 보이는 거리’를 펴냈다. 2005년 신춘문예 당선 이후 20여 년 만에 첫 소설집을 내놓은 최 소설가는 삶의 그늘을 차분하게 응시한다.

신간은 8편의 단편소설들로 구성됐다. 가난 앞에 인간은 어디까지 비루해질 수 있는지, 결핍이 어떻게 관계를 파괴하는지 집요하게 묻는 작품들은 차마 외면하고 싶었던 삶의 민낯을 담아냈다.

지하 단칸방의 어둠과 인간의 근원적 생명력이 대비되는 ‘구회별(九回星)’, 쪽방촌의 허물어져 가는 삶과 실존적 공포를 그린 ‘일과(日課)’, 주거 문제와 소통의 부재를 다룬 ‘부유층(浮遊層)’이 우리 사회를 담아냈다.

표제작 ‘편의점이 보이는 거리’에서 최계옥 소설가는 벌레와 곰팡이가 들끓는 가난의 풍경을 냄새와 소음까지 생생하게 구현해 낸다. 작품은 편의점 불빛에 기대 도시의 슬픔을 담아낸다.

끝도 없이 추락하는 삶의 밑바닥을 다룬 ‘중력의 소실’, 가난의 끝에서 마주하는 비릿한 현실을 묘사한 ‘은벚나무’로 이어지며 소설은 우리 시대를 비춘다. 아이의 시선을 통해 가난을 읽는 ‘벌레의 눈’과 ‘빨강’ 역시 삶의 막막함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최계옥 소설가는 “깊은 우물에 두레박을 던져 끌어올리듯, 나는 계속 길어 올리고 싶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깊고 고요하게 잠긴 인생들을. 매섭게 필력을 갈고 닦아 두레박을 더 넓고 견고하게 다듬겠다. 그래서 밑바닥에 가라앉은 목소리뿐 아니라 바람에 날려 온 꽃잎도, 물에 비친 밤하늘의 달과 멀리 날아가는 새 그림자도 함께 길어 올리고 싶다”고 첫 소설집을 펴낸 소회를 밝혔다. 실천문학 刊, 250쪽, 1만6,000원.

라이프

이코노미 플러스

강원일보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