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열광하는 올림픽 무대, 그 영광스러운 시상대 뒤에는 뼈를 깎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다. 선발전에서는 선수의 이름값이나 심판과의 사적인 친분은 결코 통하지 않는다. 오직 그동안 흘린 땀방울과 객관적인 기록만이 국가대표 마크를 달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 된다. 화려한 본선 무대보다 오히려 예선전이 더 치열하고 엄격한 이유는, 그 좁고도 가혹한 관문을 통과한 자만이 나라를 대표할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딥페이크(Deepfake) 영상과 정교한 가짜뉴스가 전 세계 선거판을 위협하고 있다. 눈으로 보는 것조차 온전히 믿기 힘든 혼탁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 동네에도 향후 4년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치열한 예선전이 한창이다. 지난 3월22일 군수 및 군의원 선거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광역단체장이나 시장 선거에 이어 지역 사회의 가장 깊숙한 골목까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무대가 확장된 것이다. 특히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그리고 ‘지역 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마주한 군(郡) 단위 지자체 입장에서 이번 선거는 그 어느 올림픽보다 중요한 생존의 분수령이다.
예비후보자로 등록을 마친 이들은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기록’을 증명하기 위해 이미 트랙에 나섰다. 조용하던 읍·면 소재지에는 출마를 알리는 대형 간판과 현수막이 내걸린 선거사무소가 속속 들어섰다. 군(郡) 단위 단체장은 결코 명예만 누리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한 해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며, 농어업 지원금부터 마을 앞길 포장, 촘촘한 복지 그물망까지 동네 살림살이를 직접 책임지는 ‘최고경영자(CEO)’다. 군의원 역시 이 피 같은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매의 눈으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띤다.
그렇기에 유권자들은 스마트폰 화면 속 화려하게 편집된 숏폼 영상이나 장터에서 마주치는 예비후보자들의 분주한 겉모습 너머를 꿰뚫어 볼 줄 알아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훌륭한 객관적 검증 도구들이 마련되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예비후보자의 전과 기록은 물론, 직업, 경력, 학력 등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지표를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군 단위 선거는 도민의 숨결과 가장 맞닿아 있는 진정한 의미의 ‘생활 선거’이자 ‘풀뿌리 민주주의’의 튼튼한 근간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역 사회가 좁고 한두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 자칫 정책과 비전보다는 혈연, 지연, 학연 등 낡은 연고주의에 이끌려 투표하기 가장 쉬운 취약한 환경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은 평소 친분이라는 두꺼운 색안경을 벗고 냉철하게 후보의 역량을 평가하는 깨어있는 주권자가 되어야 한다.
본격적인 예선전이 달아오른 지금, 출처를 알 수 없는 자극적인 소문이나 왜곡된 정보에 휩쓸려 우리 지역의 미래를 결정지을 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출근길이나 오일장에서 마주치는 예비후보자가 건네는 명함 한 장을 단순히 귀찮은 종이로 치부하지 말자. 읍·면을 발로 뛰는 그들의 눈빛에 지역을 향한 진심이 있는지 직접 묻고, 선관위가 제공하는 정보망을 통해 그들의 궤적을 철저히 교차 검증하자.
영광스러운 금메달이 엄격한 선발전에서 비롯되듯, 성숙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눈부신 결실은 바로 지금 예비후보자를 살피는 유권자의 매서운 관심에서 출발한다. 트랙 위를 뛰기 시작한 예비후보자들의 호소에 따뜻하게 귀 기울이되, 그들을 평가하는 잣대만큼은 올림픽 심판처럼 냉정하고 엄격하게 세워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