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출신 조성림 시인이 신작 시집 ‘고독하게 걸어서 빛이 되는’을 펴냈다. 이 시집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삶과 죽음에 이르는 근원적 질문을 조용히 끌어안고 있다. 시집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자연의 이미지와 그 속에 스며든 존재의 시간이다. 매화, 벚꽃, 시냇물, 고인돌, 나무와 같은 사물들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삶의 깊이를 반사하는 거울로 기능한다. 매화가 피고 지는 장면은 단순한 계절의 순환이 아니라 감정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인간의 덧없음을 환기하는 식이다.
시인의 언어는 설명보다 느낌으로 다가온다. “꽃그늘처럼 쓸쓸한 밤(부귀리 中)”과 같은 표현은 감정을 규정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그 쓸쓸함 속에 머물게 한다. 이처럼 그의 시는 의미를 전달하기보다 체험하게 만든다. 고독은 여기서 결핍이 아니라 사유의 조건이며, 결국 빛으로 나아가기 위한 통로로 읽힌다. 조성림의 시는 전통적인 서정시의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치밀한 리듬과 호흡을 배치한다.
문장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말의 과잉을 경계하며 감정의 밀도를 유지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직설과 은유의 절묘한 균형이다. “죽음보다 큰 선생이 어디 있으랴(죽음 中)”와 같은 문장은 직설적이지만, 그 안에는 삶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적 울림이 담겨 있다. 반면 자연을 다루는 구절에서는 은유가 유연하게 작동하며, 시적 이미지가 독자의 감각을 서서히 열어간다.
그의 시는 오래 다져온 언어의 결로 독자를 설득한다. 이는 오히려 급진적인 시 경향 속에서 더욱 또렷한 개성으로 다가온다. 시집에서 시인의 태도는 분명하다. 그는 세상을 고발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견디고, 함께 사유한다. 인간의 상처를 바라보면서도 그것을 비극으로만 규정하지 않고, 오히려 “상처가 상처에게 들어가 별빛을 나눈다(파치 中)”는 식으로 전환한다. ‘고독하게 걸어서 빛이 되는’은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는 시집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랜 시간 축적된 사유와 감각이 어떻게 한 인간의 언어로 응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여정은 조용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인다. bookin(북인) 刊, 120쪽, 1만 2,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