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민통선 북상, 안보와 경제 ‘공존의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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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 접경지역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수십 년간 ‘안보’라는 이름 아래 견고하게 닫혀 있던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이 북상하며, 그간 주민들의 삶을 옥죄던 각종 규제의 빗장이 풀리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5시를 기해 전면 개통된 철원 근남면 13민통초소의 소식은 단순히 초소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넘어 접경지 주민들에게 ‘이동의 자유’와 ‘경제적 희망’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민통선 조정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 주민 불편 해소와 접근성 향상이다. 철원 마현리 일대 주민들과 농민들은 이제 별도의 신분 확인 절차 없이 제 집과 농경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됐다. 이는 물리적 시간 단축을 넘어, 국가 안보를 위해 묵묵히 감내해 온 접경지 주민의 기본권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지난해 먼저 민통선 북상을 단행한 화천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천읍에서 평화의 댐으로 이어지는 군도 7호선 구간의 통제가 풀리면서, 방문객들은 험준한 해산령 우회로 대신 직선 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내비게이션 검색 제한까지 해제되자 평화의 댐은 ‘고립된 섬’에서 ‘일상의 공간’으로 빠르게 탈바꿈했다. 접근성이 개선되자 관광객이 늘고, 이는 곧 지역 활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증명된 것이다. 강원연구원은 민통선 북상에 따른 관광객 증대로 연간 최대 2,000억원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것은 인구 소멸 위기에 직면한 접경지역 지자체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수치다.

하지만 이 장밋빛 전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길을 여는 것’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안보 관광이 단순히 초소를 구경하거나 기념비 앞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경유형’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역에 머물며 소비하는 ‘체류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화천군의 계획처럼 안동철교, 세계평화의 종공원, 캠핑장 등 풍부한 안보 자원을 문화·예술·레저 콘텐츠와 결합해야 한다. 규제 완화로 확보된 부지를 토대로 매력적인 숙박 시설과 먹거리 단지를 조성하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체험형 안보 교육 콘텐츠를 확충해야만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다.

이번 성과는 강원특별법에 명시된 ‘군사특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라는 점에서도 더욱 의미가 깊다. 철원과 화천에서 시작된 이 긍정적인 변화가 도 전역의 접경지역으로 확산돼 수십 년간 희생해 온 주민에게 실질적인 풍요로 보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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