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정책경쟁 실종·의혹 공방 난무하는 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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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후보 난립, 단일화 셈법만이 횡행
“기초학력 저하 문제·교육 인프라 확충 등
시급한 현안 해결 위한 공론의 장 만들어야”

강원 교육의 향후 4년을 책임질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 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현재 주민이 마주하고 있는 선거판의 풍경은 참담하다. 교육의 본질을 논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축제의 장이 돼야 함에도 8명의 후보 난립과 진영 간의 소모적인 의혹 공방, 그리고 오로지 승리를 목적으로 한 단일화 셈법만이 난무하고 있다. ‘교육’은 사라지고 ‘정치’만 남은 꼴이다. 현재 강원교육감 선거는 신경호 현 교육감의 출마 임박과 함께 예비후보만 7명이 거론되는 등 극도의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후보가 출마해 정견을 펼치는 것은 권장될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은 건강한 경쟁이라기보다 ‘누가 누굴 깎아내려 살아남느냐’는 식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일부 예비후보들이 정책 검증보다는 상대 후보의 행보를 꼬투리 잡아 사전 선거운동이나 허위사실 공표 의혹을 제기하는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피로감만 안겨줄 뿐이다. 제일 우려스러운 대목은 교육감 선거의 고질적 병폐인 ‘진영 논리’의 고착화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 불릴 만큼 중립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이분법적 틀 속에 갇혀 있다. ‘민주진보 단일후보’ 명칭 사용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나 특정 정당의 상징색을 연상시키는 선거복 착용 의혹 등은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가 정당 선거의 대리전으로 변질되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당 공천이 금지된 교육감 선거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또한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단일화’ 프레임은 정책 선거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후보들이 단일화에만 매몰되다 보니 정작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 지역 소멸에 따른 작은 학교 살리기 대책,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미래 교육 인프라 구축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유권자들은 후보가 어떤 교육 철학을 가졌는지보다, 누가 누구와 합치는지에 더 관심을 갖도록 강요받고 있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단일화가 판세를 좌우하는 것으로 작용하면서 후보들은 정책 개발보다는 정치적 공학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은 도내 수십만 학생의 교육 환경과 수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다. 그 자리에 앉을 인물을 검증하는 기준은 ‘누가 더 잘 싸우느냐’가 아니라 ‘누가 강원 교육을 더 내실 있게 만들 것인가’가 돼야 한다. 후보들은 지금이라도 상대방을 향한 비방과 정치적 수사를 멈추고,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 보따리를 풀어놓아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시민사회 역시 후보들의 정책을 면밀히 비교할 수 있는 장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의혹 제기에는 엄격한 잣대를 대되, 정책 대결에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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