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강릉 해안도로, ‘안보·개발 상생’의 이정표 돼야

읽어주는 뉴스

강릉시 남항진과 안인진을 연결하는 해안도로가 마침내 이달 첫 삽을 뜨게 됐다. 1950년대 이후 장장 70년 동안 강릉시민들의 가슴 한구석에 ‘끊어진 길’로 남아 있던 숙원 사업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이번 착공은 단순한 도로 건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가 안보라는 지엄한 명분과 시민의 행복추구권이라는 절실한 가치가 ‘지하차도’라는 창의적인 대안을 통해 접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갈등 해결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항진~안인진 구간은 동해안의 비경을 품고서도 공군 제18전투비행단의 작전 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시민과 관광객의 접근이 엄격히 차단돼 왔다.

군 보안시설과 인접한 지리적 한계는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이었다. 하지만 강릉시와 군 당국은 포기 대신 협의를 택했다. 군 작전의 핵심 구역을 지하로 관통하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안보는 지키고 이동의 자유는 확보하는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사업의 경제적, 사회적 기대 효과는 매우 명확하다. 먼저 동해안의 대표적인 단절 구간이 이어짐으로써 해양 관광의 패러다임 전환이 예상된다. 강릉 북부권에 집중됐던 관광 수요가 자연스럽게 남부권으로 흐르게 되어 지역 내 불균형 해소에 기여할 전망이다. 또한 주민들에게는 20분대 생활권이라는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제공한다. 우회로를 이용해야 했던 불편함이 사라지고 지역 간 심리적 거리감이 좁혀지면서,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길을 닦는 것을 넘어 지역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혈맥을 잇는 작업과도 같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2030년 완공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재원 확보의 안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1단계 사업에만 435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강릉시가 계획 중인 2027년 국비 확보를 위해 지역의 정치권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지체된다면 70년을 기다려 온 시민들의 희망은 다시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그리고 환경과의 철저한 조화다. 해안도로 조성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안 침식 문제나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는 등 정밀한 시공이 이뤄져야 한다. 더 나아가 도로 완공 이후의 콘텐츠가 중요하다. 도로만 닦아 놓는다고 해 절로 관광 명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안인진의 조용한 어촌 풍경과 남항진의 역동성을 어떻게 어우러지게 엮어낼지, 또 지하차도 구간에는 어떤 독특한 경험을 담아낼지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라이프

이코노미 플러스

강원일보 전체보기